식약처 조사서도 배달용기 미세 입자 다회용 대비 최대 4.5배… 열·마찰이 ‘트리거’
‘편리함’과 바꾼 120만 심부전의 경고, 내열유리 이사가 혈관 건강 지키는 확실한 방어선
6일 금요일 저녁 퇴근길, 현관문 앞에 놓인 배달 봉투를 챙길 때까지만 해도 몸은 가벼웠다. 주방 불도 켜지 않은 채 비닐을 뜯고,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밀어 넣는다. ‘윙-’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1분 30초.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설거지의 귀찮음을 면제받는 대신, 심장의 수명을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리함이 독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은 이토록 일상적이고 조용하다.
◆ 혈관 벽 파고든 플라스틱,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4.53배 높여
그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은 ‘환경적 우려’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제 의학계는 그 칼날이 인간의 심장을 직접 겨누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고 있다. 가장 강력한 근거는 지난해 이탈리아 캄파니아 대학 연구팀이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 NEJM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이 경동맥 절제술을 받은 환자 257명의 혈관 조직을 분석한 결과, 환자 10명 중 6명의 혈관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관찰되었다.
놀라운 점은 그다음이다. 혈관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향후 34개월 내에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무려 4.53배나 높았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이물질을 넘어 혈전 형성의 ‘트리거’(Trigger)로 작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 배달용기, 긁히고 데워질 때마다 ‘미세 입자’ 쏟아낸다
“과연 배달용기에서 직접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보건 당국은 수치로 답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배달용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다회용 용기보다 평균 2.9배에서 최대 4.5배까지 많았다.
단순히 용기에 담는 행위보다 위험한 것은 ‘열’과 ‘마찰’이다. 플라스틱 수저로 용기 바닥을 긁거나, 뜨거운 음식을 담을 때, 전자레인지 가열 시 미세플라스틱 용출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물리적 마모와 화학적 변형이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이다. 25조원 규모로 커진 배달 시장이 우리 식탁에 플라스틱 입자를 매일같이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 120만명 심부전 시대… 혈관에 쌓이는 ‘플라스틱 침전물’
국내 심부전 환자가 120만명을 넘어섰다.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에서도 심장질환은 암의 뒤를 바짝 쫓으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에서 용출된 비스페놀A(BPA)나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 물질이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NEJM 연구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들은 염증 지표인 인터류킨-6(IL-6)와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미세 입자가 혈액을 타고 돌며 혈관 내피세포를 공격하면, 우리 몸은 이를 치유하기 위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동맥경화가 가속화된다. 즉, 플라스틱 입자가 혈관의 ‘물리적 장애물’이자 ‘화학적 염증원’으로 동시에 작용하여 심장에 과부하를 주는 것이다.
◆ 설거지 1분이 바꾸는 10년 뒤의 풍경
해결책은 지독할 정도로 단순하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이다. 배달 용기에 담긴 음식을 유리나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옮겨 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분이다. 이 1분을 아끼려다 훗날 병원 침대에서 수백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전문의는 “환자들에게 제발 그릇 좀 옮겨 담으라고 신신당부한다”며 “내열유리나 스테인리스 304/316 등급의 용기를 사용하는 습관 하나가 10년 뒤 당신의 심장 박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늘 저녁에도 당신의 전자레인지는 돌아갈 것이다. 그 안에서 당신의 심장이 녹아내리게 둘 것인지, 아니면 1분의 수고로 건강을 지킬 것인지 선택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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