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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올해의 섬’ 거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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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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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세계 패권을 놓고 영국과 제정 러시아가 벌인 다툼은 흔히 ‘그레이트 게임’으로 불린다.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 대한 열강의 간섭과 개입 차단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반면 북방의 러시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을 찾아 끊임없이 남진을 시도했다. 19세기 말이 되면 조선, 청나라, 일본 등이 속한 동북아시아도 영·러 간의 경쟁이 첨예해졌다. 1885년 4월 영국 해군은 러시아 세력의 남하 저지를 이유로 조선 남해의 거문도를 강제로 점령했다. 이른바 ‘거문도 사건’이다.

오늘날 전남 여수에 속한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 지점에 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조선 정부는 상황 파악부터 늦었다. 나중에야 이를 알고 항의했지만 영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영국은 임차료 명목으로 돈을 건네 무마하려 했다. 러시아 등 열강은 ‘영국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결국 영·러 간에 협상이 이뤄졌고 양국은 서로 ‘조선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교환했다. 국제 정세에 깜깜했던 조선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하겠다.

1887년 2월 완전히 철수하기까지 영국군은 거문도에 숱한 자취를 남겼다. 2년 가까이 주둔하는 동안 숨진 군인들의 묘지가 대표적이다.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한국에 왔을 때 여수시 초청에 따른 여왕의 거문도 방문이 바쁜 일정 탓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오늘날 거문도는 한·영 간 첫 만남이 이뤄진 우호의 상징 공간처럼 여겨지곤 한다. 다만 강대국에 의한 영토 주권 침범이라는 거문도 사건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해양수산부와 행정안전부가 어제 거문도를 ‘병오년 올해의 섬’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두 부처에 따르면 거문도는 우리 영해를 정하는 기점이 되는 유인(有人)섬 7곳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영해의 최외곽 경계점이자 해양 관할권 외측 한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거문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요즘 한반도 주변 정세는 그레이트 게임이 한창이던 19세기 말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다. 거문도의 올해의 섬 지정이 우리 안보와 해양 주권 수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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