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입 느는데 가격 크게 하락”
첨단소재 공급망까지 압박 카드
관세 부과로 귀결 땐 日기업 부담
“희토류 막히면 年 24조원 손실”
전기차·무기 등 첨단 공정에 필수
日 “우리만 대상… 국제관행 위배”
중국이 일본에 대해 결국 ‘희토류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이 촉발한 중·일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중국은 7일 일본산 반도체 공정용 화학물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착수라는 보복성 조치를 추가로 내왔다.
희토류 수출 규제가 1년간 지속하면 일본 경제에 2조6000억엔(약 24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은 당혹감 속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전날 발표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규제 조치를 놓고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국제 관행에서 크게 벗어난다”며 “결코 허용할 수 없으며,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전날 심야에 스융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중국이 일본에 수출을 금지한 ‘이중용도 물자’는 민간용, 군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품목을 의미한다. 중국 상무부는 구체적 수출 금지 품목을 열거하지 않았으나, 산업 현장에선 희토류가 포함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국영매체 간부가 상무부 발표와 거의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본의 악랄한 언동을 고려해 중국 정부는 중(重)희토류 수출 관리 심사를 죈다”는 글을 올렸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부터 군사무기까지 다양한 첨단 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항해 디스프로슘, 터븀,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개 중희토류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미국에선 포드 공장 등이 가동을 멈췄고 이후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연구소는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중희토류는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연구소는 2012년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 당시 희토류 규제가 일본 경제에 미친 영향을 토대로 새로 추산한 결과, 희토류 규제에 따른 연간 손실액이 약 2조6000억엔에 달하고 명목·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4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이날부터 일본에서 수입되는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디클로로실란 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가격은 총 31% 하락했다”고 조사 이유를 설명했다.
디클로로실란은 반도체 칩 공정에 쓰이는 실리콘 전구체로, 중국 내 사용 비중이 높은 소재다. 반도체용을 포함한 일본의 첨단 소재 산업은 중국과도 공급망이 얽혀 있어 과거에는 양국 관계가 악화해도 직접적인 조치 대상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었으나, 이번에 포함한 것이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 등이 이뤄질 경우 일본 기업들이 거래 조건 측면에서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의 소재 기업들까지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일본은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왜 이 시기에 규제를 강화했는지 모르겠다”며 허를 찔렸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은 일단 어떤 품목이 조치 대상에 포함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내용을 자세히 조사, 분석한 이후 필요한 대응을 검토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규제에 맞서 공급망 다변화, 미국 등 동맹과의 공조 강화 등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태 악화 시 ‘맞불’을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 당시 보복성으로 내놨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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