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무역휴전 자신감 방증” 보도
中, 유엔 총장에 “대만 개입 야심
다카이치 발언은 위험·악질” 서한
왕이 “日, 레드라인 넘었다” 격앙
美 “센카쿠 포함 동맹 공약 확고”
2026년 트럼프 방중 앞서 신중모드
日은 “中 주장 도저히 수용 못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둘러싸고 중·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동맹 관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외교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중·일 갈등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 일본에 얼마나 헌신하려는지, 또 아시아 지역의 긴장 고조에 관여할 의욕이 얼마나 있는지를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일본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은 외교부·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연일 거친 비난을 쏟아내는 한편 자국민에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FT는 이번 갈등이 중·일 관계뿐 아니라 역내 세력균형 측면에서 미묘한 순간에 발생했다고 짚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보복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맞받아치며 1년간의 무역 휴전을 끌어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중국분석센터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무역 휴전으로 “중국은 미국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은 대체로 ‘배경’에 머물러 있었다. 토미 피곳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일본이 관할하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 미·일 동맹과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확고하다”고 밝히며 일본 편에 섰지만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싱크탱크 지경학연구소(IOG)의 국제관계 전문가 폴 나도는 “운이 좋았든 의도적이었든 간에 중국은 이번 일이 일본과 미국 사이의 틈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기회라고 판단해 면밀히 기록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18∼20일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한 미·중 2025년도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 미국 측에 “중국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면서 호주와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대만 문제에 신중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 방문을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이 일본을 더 강하게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자위권 행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연일 대(對)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23일 공개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9∼22일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을 방문해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마친 뒤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건드려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날을 세웠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는 야심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자 중국의 핵심이익에 공개적으로 도전하고 무력 위협을 가한 첫 사례”라며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발언이며 그 성격과 영향이 극히 악질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감히 양안 상황에 무력 개입을 시도한다면 이는 침략행위가 될 것”이라며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따라 자위권을 단호히 행사해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대만 유사시를 이유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지난 2주 동안 이어진 일본과의 분쟁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로 자국 방어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푸 대사의 서한에 대해 고바야시 마키 일본 외무성 보도관(대변인)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 측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정부로서 계속해서 확실히 반론하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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