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난각 번호 논란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11-20 23:02:16 수정 : 2025-11-20 23:02:16
황계식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17년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에 오염된 달걀 유통이 드러난 데 이어 그해 8월 국내산 친환경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초과 검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소비자가 달걀 생산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듬해 난각 번호가 도입됐다. 달걀 껍데기, 즉 난각에 6자리(생산농가번호 5자리+사육환경 1자리)로 표시됐는데, 2019년 2월부터 앞머리에 산란 일자 4자리가 추가돼 10자리가 됐다.

마지막 난각 번호 4번란의 고가 논란이 최근 불거졌다. 방송인 이경실씨가 운영 중인 계란 브랜드가 4번란 30구 기준 1만5000원으로 책정해 1·2번 수준의 높은 가격에 판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4번은 가장 좁은 사육환경인 마리당 500㎠(0.05㎡)인 케이지(닭장)에서 생산되는데, A4 용지 규격(210×297㎜)과 비교하면 얼마나 비좁은지 실감이 간다. 1번은 방사(자유 방목)이고, 보통 생활협동조합에서 유통되는 2번은 평사, 즉 축사 내부의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돌아다니며 사육되는 환경이다. 3번은 마리당 750㎠ 이상 케이지에서 생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생산 달걀의 81.9%가 4번을 부여받았다.

이씨는 그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일반적으로 ‘동물복지 계란’으로 불리며 고가에 팔리는 1·2번에 대해 “좋은 환경과 동물에 대한 존중에 매겨지는 것”이라며 “더 좋은 품질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4번이라도 철저한 관리를 받으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고, 1·2번이라고 영양이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달걀값은 지난 5년간(2020년 9월~2025년 9월) 30.7%나 뛰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폭도 전년 동기 대비 6.9%로 두드러졌다. 산란계 농가는 그간 농식품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 동물복지를 이유로 사육장 면적을 마리당 75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밀어붙인 것도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애초 지난 9월부터 의무 적용하려던 농식품부는 2027년 8월까지 자율 이행하도록 한발 물러났다. 2027년 9월 이후부턴 난각 4번 계란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순백의 여신'
  • 박보영 '순백의 여신'
  • 나연 '사랑스러운 볼하트'
  • 임윤아 '상큼 발랄'
  • 손예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