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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트럼프가 尹보다 나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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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9 23:16:00 수정 : 2025-11-19 23:15:59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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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일간 이어진 美 연방정부 ‘셧다운’
극단 충돌 없이 여야 타협으로 종료
여소야대 국회 꺾으려 계엄령 발동
정치 갈등의 평화적 관리 방안 절실

오는 12월 14일이면 10주기가 되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속 일화다. 1969년 3선 개헌을 추진하던 박정희 대통령한테 이만섭이 따져 물었다. “후계자에게 4년간 맡긴 뒤 4년 후에 다시 정권을 잡으시면 되잖습니까?” 그러자 박정희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자기 조직을 짜고 군대까지 장악할 텐데 4년 후 내놓을 사람이 있겠어!”

그런데 정말 ‘4년 후 내놓은 사람’이 있다. 물론 1960∼1970년대 한국은 아니고 먼 훗날 러시아에서 벌어진 일이다. 2000년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3연임을 금지한 당시 러시아 헌법에 따라 푸틴은 2008년 일단 물러났다. 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총리가 대통령을 지내는 동안 푸틴은 총리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2012년 메드베데프에게 4년간 ‘맡긴’ 대통령직을 도로 찾자마자 헌법부터 싹 고치고 장기 집권에 돌입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미국에서 대통령은 두 번만 할 수 있다. 앞서 45대 대통령(2017∼2021)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는 현 47대 대통령 임기가 마지막이다. 미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달리 방도가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3선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누군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단 핵심 측근을 러닝메이트로 삼는다. 그리고 2028년 대선에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다. 측근이 대통령 취임 직후 하야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부통령과 총리라는 점만 다를 뿐 앞서 푸틴·메드베데프 커플이 써먹은 수법과 똑같다. 트럼프의 반응은 어땠을까.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 시나리오에 “너무 귀엽다(too cute)”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곧바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요즘 미국 시민 상당수는 “트럼프가 왕이 되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래도 푸틴보다는 트럼프가 훨씬 더 민주주의와 가까운 지도자인 듯하다.

최근 종료한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 정지)은 지난 10월 1일 시작해 무려 43일을 끌었다. 여야 대결 격화로 공무원들한테 봉급도 못 주는 처지가 된 미국 정치는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트럼프는 야당 탓만 하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지난 5일 공화당 의원들과 만난 트럼프는 “민주당이 초래한 끔찍한 셧다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민주당 의원들)은 일본 가미카제 조종사 같다”며 “필요하다면 나라까지 무너뜨릴 것”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사실 미 연방의회는 상·하원 모두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 다수다. 트럼프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셧다운은 더 일찍 끝났을지 모른다. 말은 험하게 했어도 트럼프는 여야가 타협하길 기다렸다. 결국 임시 예산안 통과로 파국은 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약 3년의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했다. 입법부와의 관계에서 트럼프보다 더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그래도 꾹 참아가며 야당과 대화를 시도했어야 옳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란 이유로 무시했다. 야당 의원들을 가미카제 조종사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여긴 것일까. 느닷없이 군사력으로 국회를 제압하겠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다가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았다. 여소야대로 인한 정국 교착이 계엄 발령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헌법 77조 1항)가 아님은 초등학생도 안다. 굳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을 들춰볼 필요도 없다.

10여일 뒤면 12·3 사태 1년이 된다.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들, 참다못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간 시민들 심정이 어땠을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계엄 선포는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에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한다. 아울러 정치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여야 갈등의 평화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여소야대로 인한 정국 교착이 헌정 중단으로 이어질 뻔한 위기는 12·3 사태 한 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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