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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무기 시험 개시 지시" 파장…핵군비 경쟁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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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31 14:29:53 수정 : 2025-10-31 14:29:53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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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시험 재개 지시에 냉전시대의 핵군비 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최근 러시아•이란 등 핵보유국의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1990년대 중반 각국이 서명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관행이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부산 정상회담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다른 국가들의 시험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는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국방부(전쟁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싫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가 2등이고 중국이 뒤처진 3등인데 중국은 5년 안에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핵탄두는 2030년 1000기를 넘어선 뒤 2035년이면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 미국 국방부의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핵무기 시험이 핵탄두 자체 실험을 말하는 것인지 핵을 탑재하거나 핵을 동력으로 한 무기 시험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1992년 이후 미국이 자제해온 핵실험 재개일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러시아와 중국은 즉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누군가 (핵시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는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도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 조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5개 핵보유국은 핵실험 금지 조치를 지켜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30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핼러윈 행사를 열고 어린이들에게 '트릭 오어 트릿'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같은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핵실험 준비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2023년 마련된 트럼프 재집권 청사진 ‘프로젝트 2025’에도 적국에 적시 대응을 위해 핵실험을 즉각 준비할 수 있는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 핵보유국이 관여한 분쟁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일 핵무기 능력을 과시한다. 인도는 올해 5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있었던 총기 테러에 보복하겠다며 파키스탄 내 9곳에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대거 폭격하고 군 지휘부와 핵 과학자 등을 표적 살해해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됐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의 마지막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가 내년 2월 만료를 앞뒀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새로운 협정이 없으면 미국과 러시아 간 법적으로 핵군비 경쟁을 막을 장치는 사라지게 된다.

 

J D 밴스 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핵무기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점검해야 하고, 대통령은 그걸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실험을 재개하면 다른 나라들에게도 실험 재개의 명분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NYT는 “핵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지하 실험장에서 언제든 폭발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면 미국은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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