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공세… 2차 美·러 회담도 불발
종전 협상 지연 韓안보에도 악재
美·北 대화서 패싱 우려… 주시해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이후 한때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도무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안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다. 러시아가 기존 점령지에다가 돈바스 전체를 차지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 것이다.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동은 성사되지 못한 채 양국은 서로 공격의 수위를 높여 나갔다. 러시아는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의 민간과 군사시설에 대한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민간 전력망과 에너지 시설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또한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을 동원해 오렌부르크에 위치한 대형 가스 처리 시설과 브랸스크 화학 공장 등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타격했다.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도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 9월 9일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공 깊숙이 침범한 데 이어 라트비아, 루마니아, 노르웨이, 독일 등 다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의 영공도 침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나토 회원국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통신 네트워크 시설 방화 등과 더불어 러시아의 드론 침범이 심각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유럽의 안보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푸틴은 지난 2일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유럽 국가들의 군비증강 노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의 무장화가 유럽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트럼프의 러·우 전쟁 중재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럽과 미국에 대한 차별적 접근이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은 대러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 카드로써 러시아의 종전 협상 복귀를 종용했다.
미국의 대러 압박 정책이 통했을까. 지난 16일 미·러 정상 간 전화 통화가 성사되었다. 이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와 푸틴은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그다음 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 취소를 공식화하는 한편 젤렌스키에게 푸틴의 종전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유럽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양보를 전제한 미·러 협상에 대한 의구심과 푸틴의 유럽 흔들기에 대한 위기감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트럼프는 부다페스트에서 열기로 한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고 로스네프트와 루코일 등 러시아 석유회사 두 곳에 대한 제재까지 발표했다. 당장 휴전을 원하는 미국과 전쟁의 근본 원인 해결을 주장하는 러시아 간 이견으로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 협상이 다시 미궁 속에 빠진 형국이다.
설령 미·러 정상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러·우 전쟁이 가까운 장래에 매듭지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점령지의 자국 영토화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약속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슈를 만드는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를 고려할 때 러·우 전쟁 협상의 지연은 대한민국의 안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부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희망을 거듭 밝히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한국이 배제된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 군축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안보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우크라이나발 나비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 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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