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찰스 그린(1919∼1950) 호주 육군 중령과 그 부인 올윈 그린(1923∼2019)의 합장식이 열렸다. 그린 중령은 6·25 전쟁 첫해인 1950년 9월 호주 육군 보병대대를 이끌고 참전했다. 그해 11월 평안북도 정주 일대에서 북한군과의 교전 도중 전사한 그린 중령의 유해는 다른 전우들과 더불어 부산 유엔군묘지(현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남편을 그리워하며 홀로 외동딸을 키운 올윈은 평생 재혼하지 않고 살다가 “내가 죽으면 한국 부산의 남편 곁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2019년 별세했다. 고인의 마지막 희망은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수년간 이뤄지지 못하다가 4년 만에 비로소 실행에 옮겨졌다.
 
 
            호주는 6·25 전쟁 당시 미국, 캐나다, 태국과 더불어 육·해·공군을 모두 파병한 4개국 중 하나다. 전쟁 기간 연인원 1만7164명을 보내 한국을 도왔다. 그중 340여명이 전사하고 1200명 넘게 부상했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유엔군 전사자 명비에는 호주군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 기념관 3층 유엔실에는 과거 호주군이 사용한 장비와 호주군의 활약상이 담긴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2023년 9월 이곳을 방문한 사이먼 스튜어트 당시 호주 육군참모총장은 “한국 전쟁기념관에 호주군 역사가 담겨 있다”는 말로 감동을 표현했다.
오늘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그린 중령을 비롯한 호주군 6·25 참전용사 280여명이 잠들어 있다. 안장자 숫자로 따져 영국, 튀르키예, 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차 29일 방한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공원을 찾아 한국 땅에서 영면에 든
 
 
            호주군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6·25 전쟁 그리고 당시 호주의 역할에 대한 앨버니지 총리의 관심은 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처음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가 6·25 전쟁 발발 75주년이란 점을 언급하며 “당시 호주군은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다.
에이펙 덕분에 다시 마주 앉은 앨버니지 총리와 이 대통령이 한국 안보와 그에 대한 호주의 기여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부산 유엔공원에 호주군 출신 6·25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에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앞으로도 대한민국과 함께 설 것”이라며 “특히 북한으로부터 오는 침공과 위협에 맞서 함께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마침 유엔군사령부 새 부사령관으로 호주 육군의 스콧 윈터 장군이 내정된 직후라 더욱 뜻깊다. 윈터 장군은 2026년 초 한국에 부임해 한반도 안전와 평화 유지라는 유엔사 고유의 임무 수행을 이끌 예정이다. ‘북한의 침공·위협에 함께 맞서겠다’는 앨버니지 총리의 약속이 새삼 든든하고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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