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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한국외교에 경종 울린 ‘캄보디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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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8 22:52:16 수정 : 2025-10-28 22: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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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보호 업무 한직으로 취급
영사업무 평가 체계 전면 개편 필요

지난 8월 초 캄보디아에서 피살된 한 젊은 청년의 죽음이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를 폭발시키고 있다. 사망 학생의 시신이 부검 문제로 한국으로 운구되지도 못하고 두 달간이나 이국땅 사원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이 지방 언론에 보도되어 크게 알려졌다. 신속하게 영사 조력을 받지 못한 피살자 가족이 지역 언론에 제보했을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인 불행이 크게 발생하고 언론이 보도한 후에야 관심을 갖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에서는 최근 수년간 변사자가 90명이나 되고, 올해만 납치·실종 신고가 330여 건이라고 한다. 더불어 캄보디아에는 수십 명의 젊은이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도외시한 정부와 대사관 관계자들의 잘못과 책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범죄 문제를 다루는 건 캄보디아의 주권 사항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지뢰를 밟았다’고 억울해할 것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느닷없이 지뢰를 밟는 경험을 한 번쯤 한다. 그 지뢰는 중요한 정책 업무보다는 평소 관심이 없는 사소한 일에서 터진다. 외교에서는 대미 외교나 북한핵 문제 같은 중요한 일에서 지뢰를 밟아도 잘 터지지 않고 치명적이지도 않다. 워낙 중요한 업무이고 ‘원래 위험한 일이니까’ 덮이기도 쉽다. 그래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맡는다.

반면 외교의 지뢰는 재외국민 보호와 관련되면서 윗선의 관심은 별로 없는 영사업무 분야에서 주로 터진다. 무엇인가를 예방하고 긴급 대처하는 영사업무는 아무리 잘하더라도 ‘상을 받기 어렵고’, 재수 없으면 ‘처벌만 받는’ 일이니 당연히 한직이다. 초임 외교관도 영사업무가 ‘별 볼 일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맡기를 꺼린다.

캄보디아대사관은 외교부에 이미 수차례 문제를 보고했다고 한다. 본부의 담당 과장이나 국장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7월 말 취임한 조현 장관도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본부 간부들 책임은 더 엄중하다. 일선 공관에서 영사 관련 문제를 보고해도 본부에서 회답이 없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주일대사관에서 재일민단 내 분규 관련 보고를 열 번 이상 보고해도 본부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경우조차 있었으니 작은 공관의 보고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연스레 재외공관의 직원들로서는 영사업무를 피하고 미루고 덮는 ‘복지부동’이 곧 지혜가 된다. 2001년 주미대사관의 총영사직을 맡았을 때 놀랐던 적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면허증을 인정해 주지 않고 한국에서 미국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신청한 적조차 없었음을 알고서다. 노력 끝에 2002년 버지니아주가 한국면허증을 50개 주 중 최초로 인정했다. 그때까지 모두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비자면제프로그램은 2004년에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처음으로 ‘생활형 어젠다’로 제의했다. 그 덕에 지금 우리 국민이 전자비자(ESTA)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탈북자 구조는 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아서 터지는 대표적인 지뢰밭이었다. 탈북자는 국내법으로는 한국인이지만 대부분 국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모순적 여건에서 일이 잘못되면 담당 외교관이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니 탈북자로부터 연락이 와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피하는 것이 지혜가 되고 만다.

캄보디아 사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의 종합판이다. 정부는 담당 공무원을 수십 명 더 늘리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이전 정부와 담당자들 책임이 당연히 크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원천을 면밀하게 따져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건 현 정부 몫이다. 재외국민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성실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보직 및 승진 기회 부여, 교육, 영사업무 최고위직 보장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외교부 조직의 전반적인 개혁이 현실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외교업적으로 남을 수 있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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