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받고도 불투명한 관리
“中 저작권료 중간서 착취” 폭로
“감사는 물론 개혁 필요” 지적도
K컬처가 세계 음반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뤘지만 그 과실을 수확·분배하는 국내 저작권 생태계는 부패·방만 운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저작권 신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방만 경영과 일부에 집중된 특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여기에 또 다른 저작권 단체인 함께하는음악저작권협회(함저협)와 유튜브에서 사용된 음악 저작물 가운데 권리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제때 청구되지 않아 발생한 잔여 저작권(레지듀얼) 사용료를 두고 분쟁까지 벌어졌다.

16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함저협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음저협이 1000억원이 넘는 레지듀얼 사용료를 받고 그 사실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본래의 목적과 달리 이를 내부 회원에게만 분배했고, 불투명한 관리를 통해 정당한 몫을 주장하는 단체에도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저협은 지난 2월 음저협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민사소송을 내는 한편, 지난달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음저협을 형사 고소·고발했다.
이에 대해 음저협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17일부터 레지듀얼 사용료 신청 방법을 협회 홈페이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저협은 “(구글로부터) 2016년 하반기부터 2022 상반기까지 레지듀얼 사용료를 받았다”며 “구글 측은 레지듀얼 사용료가 협회가 관리하는 저작물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해 2019년부터 한시적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2022년 3월부터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2년 저작권 사용 근거를 갖춰 청구한 함저협에는 정산을 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이시하 음저협 이사가 “저작권료를 중간에 가로챈 배후가 있다”고 폭로하는 일이 벌어졌다. K팝 창작자들이 중국시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정당한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는 “중국 내 디지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업체인 민간 플랫폼 텐센트가 그동안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 못 받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텐센트가 지급한 돈을 계약 관계가 불분명한 퍼블리셔(대리중개업자)가 징수해 가고 있었다”며 “텐센트 등은 이미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었고 오히려 작가와 계약하지도 않은 업체가 징수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중음악 작곡가는 “음저협 등 저작권 신탁단체 모두에 대한 자체 감사는 물론이고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체 감사가 불가능하다면 제3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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