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광폭 외교전에 자신감 표출
리선권, 당 ‘부장직’ 유지 재확인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를 “우리 국가의 응력과 저력, 위력이 아쉬운 점 하나 없이 훌륭히 과시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재확인하며 ‘뒷배’를 다지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중심으로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전날 열병식 참가자들을 격려하면서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 ‘조선노동장 만세’를 관람하는 자리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관심과 주시 속에서 우리 당창건 여든돌을 성대하면서도 완벽하게 경축했다”고 자평했다. 이는 지난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했고, 이번 행사를 통해 북·중·러 밀착을 재차 확인한 것은 물론 동남아국가 대상으로 외교 보폭을 확장한 데서 비롯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부터 시작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는 중·러 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참석했다.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정상, 최고위급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경축행사가 마무리된 것에 대해 공로자들을 격려하면서 내부 결속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당 9차 대회를 내년 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앞두고 정치 동력을 모으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경축행사를 마치고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리선권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8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부장’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리선권이 전날 당 창건 80돌 경축 해외동포들을 위한 연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하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동지”라고 표현했다. 리선권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담당하며 군사회담은 물론 남북화해 국면에서 남한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통일부는 리선권의 직급을 ‘당 10국장’으로 추정한 바 있다.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하면서 통일전선부 명칭을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바꿨다. 노동당 조직 구조를 보면, 전문부서 아래에 국이 있기 때문에 당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맡던 리선권의 위상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월 리선권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라고 부르며 부장직에 앉아 있음을 확인한 적이 있다. 그가 이끄는 10국은 해외동포 관련 업무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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