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혐의로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던 양평군청 공무원 A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이지만 A씨가 조사를 받고 돌아와 자필로 작성한 메모에는 특검 조사와 관련해 ‘너무 힘들고 지친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구절이 있다. 특검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 유포된 서면은 고인이 사망한 장소에서 발견된 실제 유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도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 강압 수사 여부는 물론 메모의 진위까지 철저히 가려야 한다.
무엇보다 A씨가 메모에서 여러 차례 특검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대목은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기억도 없는 대답을 했다. 바보인가 보다. 김선교 의원은 잘못도 없는데 계속 회유하고 지목하라 한다’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다.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은 김건희씨 가족 기업이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개발부담금 면제와 관련해 양평군의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A씨는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당시 군수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었다.
메모 내용대로라면 특검은 미리 김씨 가족 기업이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개입됐다는 각본을 만들고 피의자의 진술을 거기에 꿰맞추려 했다는 의혹을 벗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과거 여당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회유와 강압으로 없는 죄를 만들어냈다며 검찰의 수사권을 송두리째 박탈하는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에게 술을 사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이유로 감찰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3대 특검은 수사와 기소, 공소 유지까지 담당하도록 했다. 수사 기간과 특검 수를 늘리는 ‘더 센 특검법’도 통과시켰다.
A씨의 사례는 3대(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수사가 특검법의 범위 안에서 신속하고 정교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사소한 절차라도 적법하게 진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이냐는 말이 나오고,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려도 ‘정치 수사’로 비치게 된다. 이런 게 여권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