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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방산, 수출효자 우뚝… 재래식 무기 편중은 한계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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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8 05:50:00 수정 : 2025-07-08 01:07:31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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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1회 방위산업의 날

1970년대 ‘자주국방’ 차원에서 시작해
국가안보·산업발전 병행 ‘선봉장’ 역할

가성비 뛰어나고 생산 속도 빨라 호평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 10위 올라

위성 감시정찰·센서·AI 장비 수출은 ‘0’
최첨단 기술 중심 ‘임무 전환’ 서둘러야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져진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생산력,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견인차로서 ‘K방산 강국’의 미래가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8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폴란드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냈다. 분량은 짧지만 한국 방위산업의 특성과 미래 모습을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1970년대 한국군 무장을 위한 ‘자주국방’ 차원에서 시작된 한국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와 산업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매년 7월 8일을 ‘방위산업의 날’로 지정하고, 8일 제1회 기념식을 개최해 방위산업 진흥 정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책 개선과 산업 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 K-2 전차가 야외기동훈련 중 공병이 설치한 부교를 건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70여년 만에 세계적 수준으로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한국군 전력은 보잘것없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 한국군은 미군이 제공한 낡은 무기와 일본군이 쓰던 소총이 전부였다. 휴전 이후 자체적으로 무기를 개발해도 경제력이 빈약해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다.

1960년대부터 진행된 경제 개발은 방위산업 육성을 시작할 동력을 제공했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했고, 1971년 M16 소총 면허 생산을 시작한 이래 미국산 전차와 탄약 등을 만들었다. 참수리급 고속정과 울산급 호위함을 자체 개발해서 건조하는 등 독자적인 무기 생산 및 개발 능력도 축적했다. 1990년대부터는 K-1 전차를 비롯한 국산 재래식 무기를 만들었으며, 2000년대에는 K-9 자주포와 무인기, K-21 보병전투차량 등 첨단 무기 개발을 진행했다.

 

한국군의 수요를 충족한 국내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던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발생하면서 무기 수요가 급증했고, 국내 방위산업은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육군의 포병 실사격훈련에 참가한 천무 다연장로켓이 가상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단기간 내 대량의 무기를 구매하려는 국가가 늘어났다. 이 같은 트렌드를 충족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은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주목받게 됐다. 국산 무기는 한국군이 오랜 기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기술·전술적으로 검증된 것이 많다. 북한과 전면전에 대비해 충분한 수준의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고, 가성비가 높으면서 생산속도도 빠르다. 정전 체제에서 상시 전투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환경이 방위산업에서는 큰 장점이 된 셈이다.

 

한국의 국제정치적 지위도 국산 무기 수출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분쟁지역 내 당사국들은 고가의 무기를 도입할 때 구매국과의 정치적 관계도 고려한다. 한국은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미국·중국·러시아와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가 적고, 위협적인 세력으로 분류되지도 않아 한국 무기를 선택하는 데 부담이 작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국내 방위산업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올해 발표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시장에서 한국은 2.2%의 점유율로 10위를 기록했다. 미국(43%)이 1위를 차지했고 프랑스(9.6%), 러시아(7.8%), 중국(5.9%), 독일(5.6%), 이탈리아(4.8%), 영국(3.6%), 이스라엘(3.1%), 스페인(3.0%) 순이었다.

◆새로운 방산 정책·비전 필요

정부도 국내 방위산업 지원에 적극 나설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폴란드와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이 확정되자 “K방산의 업적에 국가가 날개를 달아드릴 차례”라며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에 대한 대대적 투자는 물론 방산 협력국을 적극 확대하는 일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방위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방위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재까지의 방산수출은 자주포나 전차 등 재래식 무기에 편중돼 있다. 냉전 이후 선진국들이 재래식 무기 개발과 생산을 대폭 축소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 수요가 폭증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이를 충당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한국이 얻어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자체 방위산업과 공급망을 정비하면서 역내 무기 구매 비중을 늘리는 등 회원국 간 결속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의 방산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군 장병들이 야외 기동훈련장에서 한국산 K-9 자주포를 조종하며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포함된 첨단 무기의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방산수출에서 위성을 포함한 감시정찰·센서·AI 관련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정부가 방위산업 구조를 재래식 무기 위주에서 최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처 간 협업과 정책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방산 컨트롤타워를 설치,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방산수출 지원 기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잠재적 구매국을 위해 정부 차원의 수출 금융지원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간한 ‘통상이슈브리프’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은 주요국의 장기 저금리 수출금융에 밀려 수주에 잇따라 실패했다”며 “수출금융 지원규모 확대 및 창구 단일화, 전담 방산금융조직 신설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산업계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탄력 적용 문제도 거론된다. 국내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가성비와 신속한 납품이다. 납기를 지켜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근무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업체는 해외 주문 시 납기를 맞추려고 물밑에서 엄청난 고생을 한다.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신뢰가 깨지기 때문”이라며 “방산수출 등 특수한 상황에 한해서 노사가 합의하면 추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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