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즐기다 구매’ 쇼핑 트렌드 진화
CJ온스타일, 셀럽·인플루언서 손잡고
팬덤 커머스 시장 공략… 2030 ‘호응’
현대홈쇼핑, 해외 명품 매장서 라방
네이버 ‘맞춤형 AI 쇼핑’ 서비스도
유튜브·틱톡도 국내 쇼핑시장 눈독
“신규 이용자 확보 등 생존전략 필요”
국내 쇼핑 트렌드가 ‘보고 즐기다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쇼핑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격변을 겪었던 유통업계가 ‘라이브 커머스’로 싸움터를 옮겨 경쟁하는 추세다. 예능 프로그램 수준의 방송을 꾸려 ‘보는 재미’를 더해 충성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 업계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라이브 커머스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런 전략의 변화는 쇼핑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형’ 쇼핑을 했지만, 최근엔 라이브 커머스나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접한 상품을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과거엔 TV 앞에 앉아 감자 칩을 먹으며 쇼핑하는 형태를 ‘카우치(Couch) 쇼핑’으로 불렀는데, 애플리케이션(앱) 발달로 카우치 쇼핑의 의미가 편하게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상품을 사는 행위로 변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를 보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글로벌 소셜커머스’ 시장이 2023년 1660조원에서 2026년 3841조원으로 13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자유로운 판매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자에게도 유리하다. 사업자가 영상을 직접 송출해 송출 수수료와 방송 규제 부담이 덜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기획·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 잡아야”
유통 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라이브 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선 CJ ENM의 CJ온스타일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 대표 주자로 꼽힌다. CJ온스타일은 국내 홈쇼핑 사업자 중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전면 개편하는 등 숏폼,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를 앞서 강화해 왔다.
CJ온스타일은 영상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통해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를 모두 잡았다. 매출이 가장 높은 ‘유인나의 겟잇뷰티’,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 ‘박세리의 큰쏜언니 BIG세리’는 기존 특가 중심의 라이브 커머스 운영 방식을 팬덤을 기반으로 한 발견형 쇼핑으로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방바 데이터랩의 2025년 1분기 ‘라방(라이브 방송)’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CJ온스타일 1분기 모바일 라방 거래액은 전년보다 92.4% 급증해 라방 거래액 상승률(31%)을 크게 웃돌았다.
2일부턴 인플루언서 16명과 손잡고 팬덤 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플루언서 쇼’는 각 분야에서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일정 기간 특정 브랜드를 소개하고 판매에 나서는 공동구매형 커머스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 커머스 강화로 ‘젊은 고객’ 확보라는 국내 홈쇼핑 업계 과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4월 기준 25~34세 앱 사용자 수는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인기 셀럽과 예능처럼 기획된 콘텐츠 IP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팬덤을 형성하고, 이를 커머스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커머스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GS SHOP은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고, 현대홈쇼핑은 해외 직구 라이브 커머스를 편성해 해외 명품 직영 매장에서 라방을 진행한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전용 생방송 ‘엘라이브’를 내보내고 있다.
◆유튜브·틱톡 이길 무기 필요
빅 테크 등 다른 플랫폼들은 인공지능(AI)을 강화해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출시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앱은 맞춤형 AI 쇼핑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에게 맞는 할인 혜택과 상품을 제안한다. 사용자 선호도, 구매 이력, 맥락·의도 등 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AI 쇼핑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경화 네이버 책임리더는 2월 간담회에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는 발견·탐색의 비목적형 쇼핑 경험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형 이커머스와 SNS 플랫폼들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동영상 앱 사용자 1위인 유튜브는 쇼핑 제휴 업체를 늘리면서 커머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유튜브 쇼핑 제휴 프로그램은 유튜버가 제작한 영상 콘텐츠에 제휴 상품을 태그하는 방식이다. 쿠팡에 이어 올리브영과도 손잡으며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틱톡도 2023년 틱톡샵을 선보인 뒤 지난해 입점 브랜드를 110만곳으로 60%가량 늘렸다.
노희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홈쇼핑 채널과 앱 이용자들이 다른 사업군 고객보다 충성도가 높은 것은 장점”이라며 “다른 경쟁사가 가지지 못한 TV와 모바일 시너지 효과를 지속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국내 홈쇼핑 앱 이용자는 여전히 중장년층 여성에 치우쳐져 있다”면서 “젊은층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신규 이용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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