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누가 키우나.”
최근 줄을 잇는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대선 경선 출사표를 두고 세간에선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지자체를 책임지는 단체장의 부재가 불러올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6·3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저울질하던 현직 시·도지사는 10명에 육박했다. 이 중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 차례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아예 시장직을 던지고 경선에 뛰어들었다. 홍 전 시장의 사퇴로 대구시는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간다. 선출직 단체장 대신 직업공무원이 일정 기간 시정을 책임진다는 측면에선 다른 시·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미 국민의힘 1차 경선을 가뿐히 통과했다.
앞서 여당에선 무려 7명의 시·도지사가 경선행(行) 갈림길에서 고민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 홀로 출사표를 던졌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과열 양상’을 드러냈다.
경선 후보 등록이 끝난 더불어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유일한 현역 도백이다.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김 지사는 당내에 ‘어대명’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직을 던지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잠룡’으로 꼽히던 이들은 김 지사를 비롯해 오 시장, 홍 전 시장 등 서너 명에 불과하다. 안팎으로 대선 출마를 예고했던 셈이다.
정치인 시·도지사의 대권 도전을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는 없다. 미국 유력 주지사들의 대선 출마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행정 경험을 쌓으며 권력을 행사하는 주지사직이 백악관으로 향하는 ‘통과의례’가 되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뉴욕주), 로널드 레이건(캘리포니아주), 조지 W 부시(텍사스주), 빌 클린턴(아칸소주) 등 다수의 주지사 출신 대통령이 배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도 광역단체장이 대통령 궐위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본선)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도록 느슨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대선 행보에 치중하느라 발생할 수 있는 행정 공백이다. 경선에 나선 지자체장들은 최소 1~2주간 휴가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백을 최소화하려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만, 지방의회 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특히 처음 모습을 내비친 ‘초짜’ 후보들을 향한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한 지방의원은 “결국 대선주자급으로 체급을 올려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1억원의 선거기탁금이 홍보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달 22일 2차 경선 통과자가 발표되는 여당에선 조만간 시·도지사 일부가 복귀할 예정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행정 공백을 우려하기에는 이번 대선이 유독 짧다”면서도 “출마까지 해놓고 나라를 살리겠다는 각오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후보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걱정했다. 시·도지사들에게 그들이 펼쳐온, 또 진행 중인 정책들은 앞으로 정치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자산이자 성적표다. 행정 공백이란 네 글자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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