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군대로 ‘힘’을 보여주며 평화를 끌어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미사일방어(MD)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 행정명령을 통해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본토를 지킬 차세대 미사일 방어를 위한 실행계획과 요구 사항 등을 60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국방부에 명령했다.

미 국방부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의 공격을 저지할 방법을 연구하고, 전진배치된 미군과 동맹에 대한 전구 미사일방어 개선방안 등을 마련하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은 미 본토와 동맹국에 걸친 광범위한 프로그램이다.
미사일방어는 실시간 탐지·추적과 정보공유, 지휘통제가 핵심이다. 이는 현대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현대전의 핵심 체계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연합작전체계가 한층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꿈일까 혁명일까…변수는 우주 작전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방어 행정명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이언돔’이다. 미국 레이시온과 이스라엘 라파엘이 만든 아이언돔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하마스·헤즈볼라 로켓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이언돔은 실용성이 없다. 멕시코에서 로켓을 쏜다고 해도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샌디에이고와 다른 소도시에만 효과가 있다.
아이언돔은 전북 군산시와 비슷한 면적인 389㎢를 방어한다. 미국 전역을 아이언돔으로 지키려면 2만4700여개의 아이언돔을 배치해야 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그러고도 극초음속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막지 못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서 아이언돔을 내세운 것은 차세대 미사일방어의 브랜드와 이미지를 띄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존의 미국 본토 미사일방어는 특정 지역이나 시설을 보호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사일 요격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낮게 날아가 탐지·추적을 회피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 예측 가능한 경로로 비행하는 ICBM 요격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지상 중거리 방어 요격기(GMD)는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같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백악관은 “지난 40년간 극초음속을 포함한 차세대 전략 무기의 위협이 줄어들지 않고, 적들이 차세대 발사체계를 개발하면서 위협이 더 복잡해졌다”며 “탄도·초음속·순항미사일과 기타 첨단 공중공격은 미국의 가장 치명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방어는 포괄적 방어 시스템을 추구한다. 지역 방어에서 벗어나 국토방위로 전환하려 한다는 것이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이 주요 도시 방어를 위한 방공 시스템이 포함될 수 있다.
단거리 로켓 요격에 초점을 맞춘 아이언돔과 달리 ICBM, 극초음속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요격이 핵심 임무가 된다.

우주 공간을 활용한 기술도 등장했다.
극초음속 및 탄도미사일 추적을 위한 우주 센서 배치를 서두르고, 적 탄도미사일이 상승 단계에 있을 때 요격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레이저)와 우주 기반 요격기를 추가한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려 요격에 유리하다.
우주와 관련된 언급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1월 발표됐던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에서도 거론됐던 부분이다.
당시 MDR에선 우주 공간에 요격기를 배치하는 것을 포함한 기술 연구를 권고했다. 우주 공간에 미사일 탐지와 추적을 위한 센서 배치에 대한 투자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실질적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저궤도에 군사위성 수백 개를 띄워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며, 적의 2차 공격을 격퇴할 종말 단계 요격체 배치를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레이더 네트워크를 통합해 미사일을 더 빨리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방어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거론됐지만,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우주 기반 요격체계는 기술적으로 난도가 매우 높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요격체계)와 이지스를 비롯한 기존 요격체계의 유지보수와 성능향상에서 수십조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 및 기술 리스크가 큰 우주 기반 요격체계 개발은 부담이 크다.

지구 표면 가까운 고도에서 빠르게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고도 수백~수천㎞ 상공에 있는 우주 기반 요격체계가 파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
방어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문제다. 전략 표적 방어에 초점을 맞춘 지상 기반 미사일방어(GMD)는 670억 달러(98조 원)가 넘는 비용이 소요됐다.
미 본토를 지키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만든다면 예산 지출 규모는 GMD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선 경제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가 이같은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국도 중대 영향…면밀히 주시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 전구(戰區·theater) 미사일방어 태세를 검토해 미국과 동맹이 미사일방어 기술의 개발, 역량, 운용에 대한 양자 및 다자 협력을 증진할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또한 전진 배치된 미군, 동맹의 영토와 병력, 국민에 대한 전구 미사일방어를 개선할 방안을 찾도록 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한반도 전구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인접해 있고, 일본과 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복잡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 전구에서의 미사일 위협을 북한에 한정하는 것인지, 중국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을 겨냥한 조치라면 한국군의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은 속도와 정확도 측면에서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존보다 더 신속한 탐지·추적·경보가 이뤄져야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의 전구 미사일방어체계와 협력하면,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미사일 조기경보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군 방공망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서 실시간 정보공유와 상호호환성을 추구할 필요도 있다.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토대로 한국군이 발전시켜야 할 분야도 적지 않다.
미국 전구 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구성하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와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장사정포요격체계, L-SAM-Ⅱ, 이지스 전투체계와 실시간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상당한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던 상황에선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반면 미국이 중국 미사일 위협까지 고려해서 한국 전구 미사일방어체계에 접근한다면, 정치·외교·군사적 측면에서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 중국이 ‘한한령’으로 한국을 압박했던 일이 재현될 수도 있다. 한국의 미사일방어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정치의 한복판에 서게 될 위험도 있다.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KAMD도 재편해야 한다. KAMD의 방어 목표와 요구능력, 우선순위, 전력 소요 등은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국방 태세에 대한 전면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사일방어 정책 방향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군사적·비군사적 요소를 모두 결합해서 ‘능력에 기초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위협을 겨냥한 군사력을 만드는 것은 쉽고 빠르지만, 다른 위협이 등장하면 무용지물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능력에 기초한 군사력 건설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다양한 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미사일 요격 작전의 목표와 요구능력, 전력 건설과 교전 우선순위, 요격부대 배치, 교전규칙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KAMD에 육해공군 방공체계까지 묶어서 탐지·추적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존보다 더 높은 곳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고고도 요격작전 개념도 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고도 요격에 필요한 능력을 식별하고, 전력화하는 절차를 진행할 필요도 있다.
이같은 능력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고, 국내 연구개발 방식으로 전력화할 수도 있다. 다만 이같은 의사결정을 진행하려면 개념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비군사적 대책도 필요하다. ‘사드 한한령’처럼 외교적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한국군이 구축할 미사일방어체계, 미국과의 관련 협력이 특정 국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변국에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사일방어는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미사일과 달리 국토를 지킨다는 의미가 강한 방어적 수단으로서 국제정치적 반발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다.
외교적으로 주도면밀하게 대응하면, 주변국의 큰 반발 없이도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사일방어 행정명령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판도를 흔들 잠재력을 지녔다. 행정명령의 결과물에 따라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KAMD를 재정비할 준비를 진행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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