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비진작 기대했지만…자영업자들, 단축영업‧장기휴무
설 연휴 임시공휴일인 27일 정오쯤 서울 송파구의 한 한식당. 평소였으면 한창 북적였을 시간이지만 손님 한 명 없이 휑한 모습이었다. ‘띵동’ 울리는 배달 주문 알림조차 없었다. 업주 박모(52)씨는 “설마설마했는데 이렇게까지 없을 줄 몰랐다. 영업 시작 후 2시간 동안 주문 한 건 없었다”며 “그래도 설 연휴라 가족 단체 손님을 기대하고 영업을 결정했는데 후회된다. 다들 해외로 여행가고 골목 전체가 조용하다. 인건비가 더 나올 것 같아 오후는 단축 영업을 고려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이유로 지정한 임시공휴일이 도리어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타격을 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장기 연휴는 매출 감소와 직결된다는 불만이다. 박씨뿐만이 아니다. 실제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은 이번 설 연휴에 이른바 ‘명절 특수’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5~19일 전국 소상공인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도 소상공인 신년 경영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9.3%는 설 연휴 기간 명절 경기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소 부정적’이라고 한 응답자는 34.7%, ‘매우 부정적’으로 답한 이들이 34.6%였다.
예정에 없던 휴무를 결정한 사장님들도 있다. 특히 직장가가 몰려 있는 지역 중심으로 27일 ‘임시 휴무’를 내건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모(43)씨는 “원래 설날 연휴 3일만 쉬고 27일은 영업을 할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쉬기로 했다”며 “근처 직장인들로 점심 장사를 하는데 열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9일 전국 5인 이상 6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설 휴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45%는 임시공휴일을 포함해 6일간 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27일에 이어 31일도 휴무로 지정하거나 연차 사용을 권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LG전자, 대한항공 등은 31일을 전사 휴무일로 지정했고 삼성전자, 롯데쇼핑, CJ제일제당 등은 31일 휴무를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도 “다 해외로 떠나는데 실제 내수 경기가 살고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는지 그 효과를 전혀 모르겠다”며 “무나 배추 등 설 성수품 물가도 다 올라서 망하기 일보 직전인데 김치를 훔쳐 가는 손님들까지 있어서 속이 시끄럽다. 나라가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는 설을 앞두고 임시공휴일 카드와 더불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자금 흐름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원에 달하는 자금 공급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는 설 연휴 전 2개월간 총 50억원의 성수품 구매 대금을 지원한다. 소비 진작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금도 역대 최대인 9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내수가 진작되길 기대하는 정부 바람과 달리 이번 설 연휴 ‘역대급’ 인파가 공항에 몰리며 소비 확대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번 최장 9일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역대 최다일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올 설 연휴 해외로 떠나는 승객은 하루 평균 13만4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평균보다 13.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지난해 81.9%의 소상공인들이 경영 성과 부진 이유로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꼽았다”며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소상공인들이 많은 만큼 정부가 추경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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