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발맞춰 노동자 재교육 환경 제공을
토마 피케티의 저작 “21세기 자본”이 2013년에 출간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자산과 소득 불평등의 증대 현상에 학계와 일반 대중들은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한국 역시 해당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17년 약 130만원에서 2023년 약 170만원으로 커졌으며,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간 월평균 임금 격차는 같은 기간 약 230만원에서 290만원으로 증대하였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자산(wealth)의 불평등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4년 0.612까지 상승했다. 특히 순자산(자산-부채) 기준 상위 10%가 소유한 순자산이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7년 41.8%에서 2024년 44.4%까지 상승(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하여, 부(富)의 집중 현상 역시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평등의 증대는 단순히 노동자의 근로의욕 저하를 넘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치적인 양극화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Duca and Saving, 2016), 경기변동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경제 불평등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Jung and Shim, 2022) 더욱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불평등 확대 문제의 장기적 개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되었다. 특히 조세 제도의 개편은 불평등 문제의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많이 제시되어 왔다. 그중 최근 제시되었으며 동시에 논쟁적인 방안은 “자산세(wealth tax)”의 부과이다. 이는 부자는 단순히 (노동)소득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통해 추가적인 자산을 창출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기인하여 자산세를 통해 부자의 부의 일부를 상대적인 저소득층에 재분배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산을 정확하게 매 시점별로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예컨대 주식은 처분하기 전까지는 실현화되지 않은 이득이므로 자산세를 부과하기 어려움)는 측면에서 실행에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 부가가치세의 재화별 차등 적용이 제시되었다. 해당 방안은 식료품 등 저소득층 지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재화들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낮추고, 사치품 등 고소득층 지출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재화의 부가가치세를 높여 부가가치세의 누진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증대된 부가가치세를 저소득층에게 이전지출 등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세제 개편을 통한 해결은 해당 제안의 실효성을 떠나 세금의 도입이 가격구조의 왜곡을 통해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한계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점을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공정한 자산의 축적이 장기적인 경제성장 및 분배의 개선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역시 장기적인 불평등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하여 기업가(entrepreneur)로서 누구나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해당 목표는 새로운 부의 축적이 활발하게 지속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실패한 기업가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동소득이 여전히 중요한 소득의 원천이라는 점과 산업용 로봇이나 AI 등의 발전이 적지 않은 노동자의 직업을 없애 소득 격차를 지금보다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노동자가 변화하는 노동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재교육 환경 제공 및 인적자본을 쌓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 역시 양극화 문제의 장기적인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명규 연세대학교 교수·경제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