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은 “국민 마음 헤아려 인내”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고려
“尹 탄핵 원활한 진행” 숨고르기
이재명 “권한대행, 대통령 아냐
탄핵 가결 200석 주장은 헛소리”
우원식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입법조사처서도 ‘과반수’ 해석”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오후 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가 2시간도 되지 않아 ‘보류’로 입장을 선회했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인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임명 여부를 보고 탄핵 추진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론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인내를 갖기로 했다”며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여론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 내부적으로는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숨 고르기’가 필요하단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준비기일부터 일하게 해야”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 보류와 관련해 “지금까지 원내에서 한 게 내란 상설특검·일반특검, 그 다음에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며 “오늘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했는데, 26일 본회의에서 (이들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텐데 (한 권한대행의) 임명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부가 마지막 판단을 해볼 때 26일까지 한 번 더 기다리자고 했고, 그래서 한 권한대행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민주당이 이날 오전 탄핵 절차 즉각 개시를 선언한 건 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었다. 민주당은 이날을 한 권한대행 탄핵 ‘데드라인‘이라 공표해온 터였다.
다만 당내에선 현재 국회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곧장 한 권한대행 탄핵 절차를 밟는 게 이르다는 의견도 계속 있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한 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속한 특검 수사 못지않게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그 속도가 중요하다”며 “한 권한대행에게서 헌법재판관 임명 의지를 확인한 뒤에 탄핵 절차를 밟는 게 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나은 방안”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가능하다면 27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첫 탄핵 변론준비기일에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단 방침이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 권한대행이 빠르게 임명 절차를 거치면 27일 첫 준비기일부터 (후보자들이) 헌법재판관으로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저희 목표”라고 말했다.
◆李 “권한대행이란 ‘직책’은 없어”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여당에서 제기되는 한 권한대행 탄핵안 의결정족수 관련 ‘재적의원 3분의 2’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의총에서 이와 관련해 여당을 겨냥해 “명확한 사실인데 이걸 모르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은 없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위원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창장을 봐도 ‘권한대행 국무총리 누구’라고 표기한다. 이건 직위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마치 대통령에 준하는 하나의 헌법상 지위인 것처럼 호도하고, 그래서 대통령에 준하는 문책 요건을 갖추게 된다는 해괴한 조건을 얘기하는데, 대부분 알면서도 일부러 국민을 속이려 헛소리 주장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인 만큼 대통령 탄핵안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여당 측 주장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처리에 대해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하더라도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 권한대행 탄핵 결정에 어떠한 변수도 되지 않는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추후 헌법재판소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해소해 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일차적 판단은 의장이 한다”며 국회 입법조사처 의견 등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터다. 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 전 ‘총리 직무 수행 중 발생한 탄핵 사유’에 따른 탄핵 의결이라면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에 이견이 없단 입장을 이미 내놓은 상태라, 결과적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안 처리에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준비 중인 한 권한대행 탄핵안에 총리 직무 관련 3건(채해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내란 적극 가담 및 동조, 위헌적 한덕수-한동훈 체제)과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관련 2건(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의무 방기·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을 탄핵 사유로 담는 걸 검토 중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