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자신을 포클레인에 묶었던 전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인을 저지른 60대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양식장에서 B씨(6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A씨의 전남편으로, 이들은 약 10년간 결혼생활을 해오다가 2003년 이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후에도 가정 대소사를 함께 챙기면서 자주 만남을 이어왔다. A씨는 결혼생활 중 B씨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생각해 계속 피해자를 원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이혼의 원인이 됐던 불륜녀와 B씨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해당 사실에 분노해 약 한 달 동안 피해자에게 화를 내왔다. 이를 참지 못한 B씨는 A씨를 자신의 야외 양식장에 있던 포클레인에 1시간가량 결박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복수심과 증오심이 타올라 B씨를 살해할 결심을 한 것이다. 그는 약 1년 가까이 힘을 키우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결심을 한 후에는 지인에게 ‘끝을 내야 할 듯’이라거나 ‘받은 수모를 돌려줘야지’라는 문자도 보냈다.

사건 당일, A씨는 B씨의 양식장으로 찾아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는 포클레인에 결박당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자신과 똑같이 묶일 것을 요구했다. 계속된 요구에 지쳤던 피해자가 “마음대로 해라”고 하자 압박붕대로 양손을 묶었다.

그는 “손을 풀어달라”는 B씨의 요구에 “나의 고통을 너도 느껴 봐라”며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강하게 저항하는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자신이 공격당할 것을 우려한 A씨는 주위에 있는 흉기를 사용해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마약 범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지난 4월 형이 확정된 바 있다. 그는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해당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하는 것이므로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라며 “오랜 세월 부부 인연을 맺은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해 범행 수단과 방법, 경위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를 포함한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마약 수수 범행 집행유예 기간에 이 사건을 저지른 점,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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