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종교 지도자·언론인 등 참석
“日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꼬집어
트럼프 자문 목사도 문제점 지적
가정연합 “헌법·법률상 위배 없다”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일본위원회가 8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의 종교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개최한 순회강연회에서 종교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다. 동시에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살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해산명령을 청구한 것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종교의 자유 섬기는 나라 되길”
각국 종교지도자, 언론인 등 참석자들은 이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 자유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역설했다.
언론인 마르코 레스핀티 비터윈터지 담당디렉터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특징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종교, 신념, 신조의 자유”라며 “이는 첫 번째 정치적 인권이며, 생존권에 이은 중요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일본 불교 승려 사코오 후미야(酒生文?) 주지는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종교의 자유는 내심의 자유이고 신앙을 가지든 안 가지든 인권의 핵심적 권리”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가 일본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종교 자문위원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 국무부는 2022년, 2023년 보고서에서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꼬집었다.
ICRF는 이날 채택한 선언문에서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로 “일본에 정신적 혼란을 초래하고 무관용하고 공격적인 사회의 출현을 초래하게 된다”며 “(일본이) 종교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 자유와 민주주의를 섬기는 나라가 되는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해산청구 근거 없다”
가정연합은 이날 해산명령 청구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무엇보다 일본 헌법, 법률상 해산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에 비춰 종교법인의 해산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종교법인법도 “현저히 공공의 복지에 반하는 것이 명백할 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법원은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독가스를 살포해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옴진리교 판결에서 “필요하고 어쩔 수 없다는 극히 신중한 이유”에 따라 해산명령을 내렸다. 해산명령 청구가 형사법이 아닌 민사법에 따르고 있다는 점도 꼬집으며 “해산 사유는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로 한정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가정연합의 비위행위에 “조직성, 계속성, 악질성이 모두 없다”고도 밝혔다. 조직성은 간부가 신자를 이용하는 것인데 가정연합과 관련된 과거 모든 재판에서 이런 점이 인정된 적이 없다. 2009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규준수) 선언’ 이후 신자의 헌금 등과 관련된 분쟁이 4건에 불과하고, 2016년 이후에는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은 계속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질성의 부재는 일본 사회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던 다른 종교법인과의 비교를 통해 증명하려 했다. 가정연합에 따르면 해산명령 청구를 받은 A종교법인은 교주가 여성 신자에 성폭력을 일삼았고, B법인은 간부들이 뇌물공여 혐의로 체포됐다. 다나카 도미히로(田中富廣)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모든 종교에 부당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 종교계에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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