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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광주광역시에서 경찰이 일용직 근로자 A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2021년 9월부터 약 2년간 광주 시내 도서관 8곳에서 책 1500여권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이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보니 도난당한 책들은 고스란히 보관 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책을 읽고 싶은데 돈이 없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안타깝지만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책 도둑질도 범죄라는 점은 명백하다.

경북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 본청 1층에는 ‘K창’이란 이름의 도서관이 있다. K창 입구에는 ‘봤던 책은 기부하고, 읽고 싶은 책은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서적을 이용자가 그냥 자기 것으로 삼아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름하여 ‘양심 도서관’이다. 여기에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이철우 경북지사의 소신이 반영됐다고 한다. 도서 판매량도, 독서 인구도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나름 신선한 발상이라고 하겠다.

그렇더라도 도서관이 소장한 책을 특정인이 독점하려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도서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시가 시내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뒤 기한 내에 반납하지 않은 이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대출 정지’라는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사익을 챙길 목적으로 약속을 어기고 공동체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가 오는 10일을 기해 240곳에 달하는 산하 공공도서관의 연체자 약 10만7000명을 상대로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해 눈길을 끈다. 그날 한강(54) 작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을 기념해 마련한 이벤트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복절이나 성탄절에 수감 중인 사람을 풀어주는 것을 특별사면이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썼다”고 말했다. 연체로 대출이 정지됐어도 10일까지 책을 반납하면 다시 대출이 가능하다니 당사자들에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이미 전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긴 한 작가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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