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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동일 매수가’ 초강수…극으로 치닫는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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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4 15:19:40 수정 : 2024-10-04 1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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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83만원, 최소매수수량 조건 삭제
공개매수 종료일, 영풍·MBK 측이 빨라
‘이른 차익 실현’ 우려에 최윤범 대응 주목
6兆 넘긴 ‘쩐의 전쟁’…‘승자의 저주’ 불가피

주당 75만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던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 카드에 맞춰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과 영풍·MBK의 공개매수 조건이 동일해지면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영풍·MBK는 4일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내고 지난달 13일 시작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최 회장 측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인상했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뉴시스

이들은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총수의 약 7%를 넘어야 사들이겠다고 한 조건도 삭제했다. 사실상 가격과 조건 모두 최 회장 측과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이날은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종료되는 날이었다. 공식 종료일은 6일이지만 5∼6일이 주말이라서 장이 열리지 않으므로 이날 오후 3시30분이 사실상 이들의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마감 기한이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수성을 위해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약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최대 320만9009주(지분 15.5%)를 공개매수하고, 베인캐피털을 통해서도 51만7582주(지분 2.5%·약 4300억원)를 추가로 매수하는 등 총 1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자사주는 취득 이후 전량 소각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침도 내놓았다.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덕 사장, 최 회장, 조현덕 변호사. 연합뉴스

양측의 매수 조건이 동일해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장기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한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종료일은 23일, 영풍·MBK의 종료일은 매수가 변경으로 인한 10일 연장으로 14일이 됐다. 같은 매수 조건에 영풍·MBK의 종료일이 더 빨라서 이른 차익 실현을 원하는 개인 주주들이 영풍·MBK로 쏠릴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선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6조원을 훌쩍 넘어선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에선 어느 쪽이 경영권을 인수하든 사업 동력이 크게 약화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나 영풍 모두 외부 자금에 의존해 경영권을 수성·확보하는 거라 만기 시 이 돈을 돌려줄 정도로 주가를 부양하거나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막대한 차입금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없애 회사 성장 잠재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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