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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말기였던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옛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몰아세워 끝내 해체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 이란, 이라크를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을 하는 나라로 지목하며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비난했다. 테러지원국을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에 대항한 나치 독일, 이탈리아, 일본 사이에 결성된 군사연합체 ‘추축국(Axis powers)’에 빗댄 것이다.

북한과 이란 간 커넥션은 4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란·이라크 8년 전쟁 당시 북한은 이란에 T-62 탱크 60대, 지대공·대전차 유도탄, 다연장로켓포 등 26억달러어치 무기를 지원했다고 한다. 이후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부품·기술을 넘겨주고 이란의 오일 달러와 식량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미사일은 색깔만 다를 뿐 서로 형태나 사거리 등이 비슷하다. 이란은 북한보다 앞선 로켓 엔진 분야나 고체연료 관련 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북한과 이란은 은밀히 미사일과 핵 관련 기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핵무장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의 최대 적성 국가인 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제재를 받아왔다.

북한 윤정호 대외경제상이 지난주 이란을 방문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란 방문은 5년 만이다. 겉으로는 경제교류 차원이라고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직후여서 군사협력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날린 300여기의 무장 드론과 미사일 중 절반 가까이 발사에 실패했거나 비행 중 추락하자 북한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 “북한이 군수공장을 전력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컨테이너 1만여개가 러시아에 배송됐고 (북한이 전달한) 포탄은 100만발이 넘는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전쟁 특수로 벌어들인 외화로 첨단 미사일 개발과 핵전력 고도화에 열을 올릴 게 뻔하다. 북한, 러시아, 이란으로 이어지는 악의 축이 부활해 한반도 안보 지형을 뒤흔드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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