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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전우들 곁에 묻어 주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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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6 09:45:37 수정 : 2024-04-26 09: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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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5일 네덜란드군 초급 장교 20여 명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6·25전쟁 당시 네덜란드는 한국을 돕기 위해 연인원 5322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그중 12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인들에겐 횡성 전투(1951년 2월 11∼13일) 당시 네덜란드 대대를 지휘하며 미군 등 다른 유엔군 부대의 안전한 철수를 돕다가 산화한 마리누스 덴 오우덴(1909∼1951) 중령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젊은 장교들은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 세워진 네덜란드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는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은 그들을 향해 “네덜란드는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혈맹과도 같은 존재”라고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이어 “횡성 전투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휘하 대대를 지휘하다 산화한 오우덴 중령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부산시민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잡초를 뽑고 전사자 묘비를 닦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네덜란드에서 6·25전쟁 참전을 위해 특별히 창설된 보병부대를 ‘반호이츠’(Van Heutsz) 부대라고 부른다. 오우덴 중령의 전사지인 횡성을 비롯해 원주, 인제 등 강원도 일대의 전투 등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인 2023년 7월 지금도 존재하는 반호이츠 부대의 현역 장병 20여명이 우리 육군 36사단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그들은 선배 장병들이 피 흘리며 싸워 지킨 원주 일대를 둘러보며 자유와 평화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반호이츠 부대 출신인 페르디난트 티탈렙타(2023년 6월 별세) 참전용사가 5월2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 1953년 4월 한국에 파병된 그는 혁혁한 무공으로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다. 고인의 배우자는 “남편이 생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했다”며 “남편의 유언대로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오우덴 중령을 비롯한 네덜란드군 6·25전쟁 전사자들은 거의 대부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묻혔다. 고인이 70여 년 만에 하늘에서 전우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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