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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 3년치 식량 어디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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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6 10:00:00 수정 : 2024-04-26 1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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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3월 프랑스는 자국령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2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마침 소련(현 러시아)의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국빈으로 파리를 방문 중이었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흐루쇼프에게 ‘프랑스도 곧 핵무기 보유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소식을 전했다. 훗날 드골의 회고록에 따르면 흐루쇼프가 보인 반응은 의미심장했다. “귀하(드골)의 기쁨을 이해하지요. 우리(소련)도 얼마 전에 똑같은 기쁨이 있었지요. 귀하도 잘 알겠지만 무척 비용이 많이 들 겁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2009년 5월 26일 통일부 청사 내에 북한 핵실험 상황실이 가동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핵무기를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데 얼마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돈만 중요한 게 아니다.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면 여러 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그 성능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핵실험을 어디서 할 것이냐다. 과거 강대국들이 앞다퉈 핵무기 경쟁에 뛰어들 때만 하더라도 핵실험 장소 물색은 어렵지 않았다. 요즘이야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각오해야 하겠으나, 당시는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모든 가치를 압도하던 시절이었다. 아니면 프랑스처럼 본토 말고 광활한 식민지 공간 일부를 활용하면 되었다.

 

북한 같이 국토가 넓지 않고 경제 규모도 작은 나라가 어떻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향에 핵실험장이 들어서도 반대하는 시민이 없고, 핵무기 제조용 예산을 식량 증산으로 돌리자고 주장하는 야당도 없어서다. 조선노동당 1당 독재의 위력이다.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박정희정부를 압박하던 1979년의 일이다. 당시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국민총생산(GNP)의 약 20%인 반면 한국은 5∼6% 정도였다.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북한만큼 늘리면 주한미군이 없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미국 측 논리에 박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한국)가 GNP의 20%를 국방비로 쓴다면 당장 폭동이 일어날 겁니다.”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18일 평양 인근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2023년 한 해 동안 30발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약 1조원을 퍼부었다는 추정치가 25일 나왔다.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가 명품 옷과 장신구, 최고급 승용차 등을 사들이는 데 쓴 돈도 같은 기간 8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을 더하면 거의 2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금액으로, 북한 주민들을 3년간 먹일 수 있는 식량 구입비에 해당한다고 한다. 만성적 식량 부족을 타개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엉뚱한 용도에 허비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북한을 겨냥해 “미사일 발사로 식량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자원을 허공에 낭비했다”고 지적한 황준국 주(駐)유엔 대사의 질타가 떠오른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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