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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산으로 가는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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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5 23:47:49 수정 : 2024-04-25 2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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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4%P 찔끔 인상으론 역부족
제대로 된 방향 설정부터 해야

2003년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기초로 당시 정부는 지급률을 60%에서 50%로 10%포인트 낮추고, 보험료는 15.9%로 약 7%포인트 인상하는 재정안정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인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것이 재정안정조치보다 더 시급하다는 당시 야당의 주장으로 인해 개혁이 지체되었다. 많은 진통 끝에 2007년에서야 이루어진 국민연금 개혁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당초 의도와 달리 연금 지급률만 삭감하고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해서다.

우리 국민연금은 지난 26년 동안 9%의 보험료를 단 1%포인트도 못 올렸다. 극단적인 저출생과 빠른 인구 고령화로 인해, 연금 주변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왔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개혁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개혁 대신에, 후세대 부담을 더 늘리는, 망국적인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의 기초연금이 ‘투입 비용 대비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작다’는 점을 들어 제도 개편을 권고해 오고 있음에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월 10만원씩 더 올리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있어서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연금 개혁이 시급하고 절박함에도, 오랫동안 개혁이 지체되다 보니, 사회적인 중지를 모아 개혁을 이루어 내자는 취지에서,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함이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공론화를 통해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연금 개혁안이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17년 전에 벌써 절반의 개혁이라는 평가가 내려졌음에도, 이와는 역행하는 ‘보험료는 조금 올리고, 연금 지급률을 더 많이 올리는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시민대표단이 결론 냈기 때문이다.

2023년 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예정대로 40%로 하향 조정하고, 보험료를 15%로 6%포인트 올릴지라도 재정안정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시민대표단은 ‘보험료는 4%포인트만 찔금 올리면서, 연금지급률을 10%포인트나 더 올리는 안’을 선택했다. 우리 두 배가 넘는 18.3% 보험료를 부담하는 일본의 연금지급률이 35%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13%에 50% 소득대체율을 지급하는 안’을 선택한 시민대표단 결정에 문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수준의 연금을 지급하는 국가 대부분이 18%가 넘는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러하다.

본래 취지와는 다른 방향의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타 국가들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개혁이 필요한 나라에서, 더 지속이 불가능할 연금 개혁안으로 결론이 나서다. 지속 불가능한 국민연금을 개혁하자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연금적자는 702조원을 더 늘리고, 젊은 세대와 후세대의 부담을 크게 늘리는 제도 개편안이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제대로 된 자료로 충분하게 학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민대표단이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배경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된 시민대표단의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문제는 시민대표단의 결정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대표단이, 자신들이 결정한 연금 개편안이 ‘적자를 702조원 더 늘리고, 조만간 연금을 받을 세대에 비해 앞으로 태어날 세대가 보험료를 5배나 더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 제대로 된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가 너무도 많은 시민대표단 결정을 서둘러 처리해서는 안 된다. 시대 요구와는 정반대 방향의 연금 개편 내용이라서 그러하다. 연금 개혁이 시급하기는 하나,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가 아닌,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연금 개혁 논의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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