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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섭의전쟁이야기] 전쟁사를 공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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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4 22:56:48 수정 : 2024-04-15 0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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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전쟁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단순히 과거의 승리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래의 전쟁과 전투가 과거와 동일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전쟁사 공부가 가치 있는 이유는, 전쟁의 교훈을 표면적이고 단순하게 섭렵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 깔린 철학과 사유를 이해함으로써 군인에게 필요한 지적 사고력과 유연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 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등으로 대표되는 19세기 중후반의 전쟁은 대규모 병력 동원과 철도를 통해 원하는 지점에 신속한 병력 이동이 가능해진 특징이 있다. 또한 후미장전식 소총과 대포, 기관총과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으로 화력이 크게 증대되었고, 이는 전투에서 공격보다 방어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초래했다.

독일 통일의 세 주역. 왼쪽부터 비스마르크(외무장관, 총리), 론(전쟁장관), 몰트케(군 참모총장). 독일 통일은 군사 부문만이 아닌 국가 전략의 제영역이 함께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프로이센군의 참모총장 몰트케는 전투에서 공격 측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방자의 측면을 공격하거나 병참선을 차단하는 분진협격을 통한 전략적 포위전을 구사했다. 그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며 독일이 전쟁에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굴복시키며 통일을 이루어내는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몰트케의 전략에서 주목할 것은 예하 부대에 대한 통제만이 아닌 자율성과의 균형이었다. 몰트케의 지침은 전략적 틀은 어긋나지 않게 통제하면서도 세부적인 실행은 예하 부대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 지침의 기본 전제는 지휘관이 모든 부대의 상황을 알고 지휘통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즉 전장의 불확실성을 인정한 것이었다.

몰트케가 거둔 포위전의 성공은 후대로 답습되며 문제를 발생시켰다. 그의 후계자들은 양면 전쟁 회피와 같은 국가적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를, 군사작전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특히 대규모 부대의 대우회 기동을 통해 6주 안에 프랑스군을 섬멸시키겠다는 슐리펜 계획은 몰트케가 포위전의 전제로 삼았던 자율성과 통제의 균형은 무시하고, 예하부대의 이동 속도까지 지정하는 극단적 통제의 군사작전으로 이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독일은 몰트케의 조카인 小몰트케의 수정안으로 군사작전을 진행했지만, 경직된 계획으로 원했던 속전속결은 실패하고 전쟁은 장기소모전으로 전환되었다. 결국 전쟁의 결과로 독일 제국은 붕괴하고 말았다. 이는 전쟁사를 특정 교훈에만 초점을 맞추어 받아들이고, 군사작전을 교조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한 결과였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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