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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이 어색하지 않은 올림픽 효자종목의 비애 [서필웅 기자의 동경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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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5 20:36:04 수정 : 2021-07-25 2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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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혼성전 금메달 안산 선수
“국내대회 분위기와 비슷해요”
텅 빈 관중석이 이전에도 일상
올림픽 기간에만 주목 ‘씁쓸’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녀혼성단체전 결승에 참가해 경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폭염이 한창인 지난 24일, 도쿄 시내의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대한민국의 ‘메달밭’인 양궁의 첫 종목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혼성 단체전입니다. 결과는 기대대로, 남녀 대표팀의 막내 김제덕(17)과 안산(20)이 힘을 합쳐 무난하게 세계정상에 올랐습니다.

 

세계 최강 한국 대표팀 내에서도 랭킹 라운드 점수가 가장 좋은 두 선수가 뭉쳤으니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라 긴장할 법도 했지만 그 어렵다는 국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이라 멘탈도 남달랐습니다.

 

첫 금메달이라 선수들도 즐겁고,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신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다행히 시상식이 끝난 뒤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고, 여러 질문도 했습니다. 그중에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느낌이 어땠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코로나19 시대 이후 모든 스포츠 기자들이 현장에서 이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도 비슷합니다.

 

텅 빈 관중석이 너무나 어색하다며 팬들의 소중함을 느꼈고, 팬들이 그립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그 마음은 진심일 겁니다. 저희도 텅 빈 경기장이 낯설고, 관중의 함성이 그립거든요.

 

하지만, 안산 선수가 전혀 예상밖의 대답을 했습니다. “예전 국내 대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어요”라고요.

 

이날 양궁장은 텅 빈 채 참가국 동료 선수들만이 관중석에 앉아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김제덕 선수의 우렁찬 ‘파이팅’ 소리가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적막함이 감돌았습니다. 이 올림픽답지 않은 모습이 어린 양궁선수들조차 전혀 낯설지 않았나 봅니다.

 

씁쓸하지만, 사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에 나서는 대부분 종목 선수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많은 종목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과 국민의 무관심 속에 4년을 보내다 올림픽 기간 단 17일 동안만 주인공이 돼서 주목을 받곤 하니까요. 일부 프로종목에서 무관중이 특별한 일이지만 이들에게는 텅 빈 관중석이 코로나 이전에도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때마다 느낄 수 있듯 모든 종목은 저마다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올림픽뿐 아니라 평소에도 모든 종목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뻔한 이야기를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다시 무관중 올림픽이 개최될 일은 없겠지만 후대 선수들이 도쿄를 떠올리며 “그건 좀 힘들었겠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종목이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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