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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최후의 만찬’이 등장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그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 13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검사가 13명밖에 안 돼 수사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한 반박이었다.

공수처 수장의 말에 틀린 것은 없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사람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지 않다. 석가와 공자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한 제자는 10명에 불과했다. 유비와 관우, 장비 셋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천하를 도모했다.

김 처장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예수에겐 숭고한 사명에 목숨을 바친 베드로 같은 걸출한 제자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공수처장이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들보다는 훨씬 양호하지 않겠느냐”고 낮잡았지만 베드로는 세상을 낚는 어부였다.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예수를 부인했던 그는 스승이 죽은 뒤 새사람으로 거듭났다. 지중해 연안을 돌며 복음을 전파하다 스승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했다. 훗날 로마 황제는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모시고, 그의 무덤이 있던 언덕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세웠다. 지금의 로마교황청이 탄생한 배경이다.

최후의 만찬 그림에는 이런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다빈치는 제일 먼저 예수의 모습을 그리기로 결정했다. 모델 공고를 보고 찾아온 수백 명 중에서 순수한 용모를 갖춘 19세 청년이 모델로 뽑혔다. 12명의 제자들이 한 명씩 완성되자 마지막으로 유다를 그릴 차례가 됐다. 유다는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넘긴 악인이다. 마땅한 모델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다빈치는 결국 사형 집행을 앞둔 살인자를 모델로 삼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7년 전 예수의 모델로 뽑힌 그 청년이었다. 똑같은 사람도 그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선인이 될 수 있고 악인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걸고 출범한 공수처가 반칙과 불의의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에 이어 코드·정실 논란까지 불거진다. 공수처 검사들이 만찬 그림의 13인이라면 김 처장은 예수인가, 유다인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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