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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원·美 압박’ · '존재감·극동개발'…북·러 정상회담 전망은?

입력 : 2019-04-21 19:23:58 수정 : 2019-04-21 2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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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24∼25일 정상회담 / 2011년 김정일 방러 후 8년 만 / 노동자 체류기간 연장 등 기대 / 러, 북 비핵화 관련 존재감 과시 / 나진항, 부동항으로 활용 의도도 / 유엔 대북제재에 쉽지 않을 듯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년 만에 열릴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경제동맹’ 관계에 대한 폭넓은 주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대북제재로 경제협력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어서, 기존의 ‘이념동맹’ 관계를 벗어나려는 이 같은 북한 측의 노력이 성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은 오는 24∼25일 열릴 예정이다.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는 2011년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만난 이후 8년 만의 정상회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2000년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정상을 만나는 셈이다. 당시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계획, 북한 핵실험 잠정중단, 6자회담 재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제재로 점차 악화 중인 경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거취다. 외화 자금줄이 말라버린 북한에 이들은 소중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한때 3만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일했지만 제재 이후 현재 1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유엔 제재로 이마저도 올해 말까지는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월 임금은 800달러 수준으로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평균 월급 200달러보다 4배 가까이 높다. 북한은 이들에 대해 러시아가 묵인해주는 방식 등으로 체류 시한을 연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왼쪽)이 2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건물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으로, 24∼25일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장소를 둘러본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적인 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내 1만명 이상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돌려보내야 하지만, 북한과 공조해 이를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도 북한으로부터 얻을 것이 있다. 동북아 물류 중심이 되기 위해 부동항인 북한 나진항을 활용하고 싶어한다. 실제 2012년에는 러시아 자체 예산을 들여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54㎞ 철도를 연결했다. 또한 가스관과 송전망 연결사업, 광역두만강개발프로젝트 등 다양한 개발사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의 모습.

러시아는 최근 미국 주도로 돌아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지분을 얻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선결 과제다. 과거 6자 회담에도 참여하며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던 러시아는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에 밀려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만회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에너지 등 다양한 경제적 지원 확대는 물론이고, ‘러시아 카드’를 사용해 미국의 비핵화 압박을 견제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얻으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외교무대”라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극동개발에서 북핵 문제가 장애요인이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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