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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 고비 때 제공되는 백악관 사진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11년 5월 1일 백악관 벙커에서 미국 고위인사들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작전을 지켜봤다. 정복을 입은 군 장성이 중앙 자리를 차지해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갑자기 들어온 듯 점퍼 차림으로 그 옆에 앉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조 바이든 부통령 등 관계자 대부분은 비상대기를 한 듯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백악관 내부 장면을 공개함으로써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효과를 거두었다. 빈 라덴 사살 명령과 임무완수 보고를 기다리는 초조함이 사진 한 장에 담겼다. 강렬한 효과를 거두었다. 탈레반이 더 이상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됐다.

그제 백악관이 또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을 가운데 둔 지도부 사진이다. 이 책상은 19세기 중반 미국과 영국 간 충돌 직전 북극해에서 실종됐던 영국 탐험섬 ‘레졸루트’호의 선박나무로 만들었다. 미국이 배를 구조해 영국으로 보내주자 빅토리아 여왕이 해체하면서 책상을 만들어 미국 대통령에게 기념선물로 보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백악관 창고에 있던 것을 꺼내 집무용으로 사용했다. 케네디 주니어가 책상 아래에서 얼굴을 내밀고 찍은 장면은 당시 화제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책상 반대편에는 전날 방북을 공표했던 폼페이오가 앉았다. 그의 왼쪽에는 스티브 비건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자리했고 오른쪽에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앉았다. 서류를 든 트럼프를 바라보는 참석자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김정은 친서를 들고 방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이 책상으로 초대했다. 당시는 북한과의 대화를 결단한 자리였지만 이제는 북한과 멀어지려고 작정한 자리로 보인다. 이 장면이 한반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예고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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