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압도적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겸허한 자세로 반대자들을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언행을 보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 후보를 비판하면 그의 열성 지지자들인 ‘문빠’들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문자폭탄’을 퍼붓는다. 문 후보는 만류하기는커녕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어제 자신이 천명한 ‘존중과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개헌보고서’ 파문, ‘전두환 표창’ ‘부산대통령’ 발언 논란도 그렇다. 안희정 후보가 “문 전 대표와 캠프의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고 기겁했을 정도다.
문 후보 진영은 ‘적폐 청산’ ‘대청소’를 내세워 보수·진보 진영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정권교체를 향해 가는 길에서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라던 민주당을 두 팀, 세 팀으로 갈라놓는 것을 보면 집권 후 나라를 두 쪽, 세 쪽으로 나눠놓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의 국민 통합 메시지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여 전 대선 출마 선언과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 행복과 통합’을 다짐했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문 후보가 그런 불행한 길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제 선언을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존중과 통합’은 미사여구로 가득한 선언문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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