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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수리, 사후 약방문 안 돼”··· 열받은 검찰총장의 말말말

입력 : 2019-05-17 05:15:00 수정 : 2019-05-16 2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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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을 것 예상하고 외양간 만들겠다는 것”, ‘병이 생길 것 알고 사후(死後)에 약 지어주겠다는 얘기”, “엉뚱한 해결책”, “검찰은 싹 입닫고 있으라는 얘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대검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문 검찰총장은 그동안 검찰이 독점적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게 근본 원인이라는 자성과 함께 제도적인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엉뚱한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도한 검찰의 독점적 권한 해소를 위해 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하면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검찰 입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총장이 검찰을 지휘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보완책마저 ‘미진하다’고 꼬집으며 “검찰은 싹 입닫고 있으라는 얘기”로 불쾌감을 내비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이 제시한 보완책은 단순히 개인 의견이 아니라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반발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면, 문 총장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에 상당히 센 수위의 대응으로 비쳐진다. 다음은 문 총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나온 주요 발언.   

 

◆“공수처는 동의하는 게 아니라 반대하지 않는 것일 뿐”

 

문 총장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기소까지 독점하는 것은 형사사법시스템의 민주적 원리에 반하고, 국민들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기소권 부여를 반대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지적(검찰 셀프개혁 안 된다)에 공감”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대담 인터뷰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찰 반발과 관련,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논의되는 것”이라며 “검찰은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지금까지 놓쳤다. (검찰) 셀프개혁으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보편적 생각이기에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검찰이 자체 개혁에 힘쓰지만 어디까지나 현제 법제도 테두리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상 최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입법기관인 국회가 검찰 개혁에 필요한 법률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후 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안 돼”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검찰의 독점적 전권적 권능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맞춰져야 하는데 지금 조정안은 그러지 않고 경찰에게도 그런 권한을 확대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 작용의 적법성을 위한 통제장치 강화가 필요한 시대 흐름과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또 경찰 수사단계에서 통제를 하지 않고 검찰이 사건을 넘겨 받은 후 문제가 있으면 시정요구를 하고 보완토록 하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사후 약방문,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후 약방문을 전제로 한 제도는 안 맞아. 당하는 사람(국민) 생각해야”

문 총장은 박상기 법무장관이 지난 13일 일선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등을 개선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내용의 보완책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후통제로 충분하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사후에 처방 잘해주면 되지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당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수사 편의를 위해 국민을 노출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이 편안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수사 기관이)가 힘들 걸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전 아니다”

 

문 총장은 ‘무소불위’라고 평가받는 검찰의 독점적 권능에 대한 해소 방안으로 비슷한 권능을 경찰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 정부안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일 뿐 검찰 이익 수호를 위한 여론전을 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은 법 집행기관에 불과, 법 만드는 국회에 호소하는 것”

 

문 총장은 “법이 만들어지면 집행하는 게 우리(검찰)의 일”이라면서도 만들어질 법안에 문제점이 있다며 어떤 문제가 있으니 국회가 그런 점을 감안해서 법을 잘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검찰)조직의 장으로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진정성을 피력했다.  

 

◆“평검사 때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충격”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문 총장은 검찰의 중립성 문제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중립성은 검사 개개인과 조직의 수장(검찰총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개인의 의지로만 선의로만 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평검사 시절 기억을 소환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당선인이 첫 기자 간담회에서 말씀한 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대혁명 등을 겪으며 검찰제도를 확립하고 200여년을 운영해 온 프랑스마저 검찰의 중립성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에서 보듯 검찰의 중립성 논란 해소는 쉽지 않은 만큼 끊임없이 극복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든 누구든 해당 업무 담당자는 언제든 문제제기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기는 장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장관이 제시한 3가지는 검찰 싹 입닫고 있으라는 것”

 

문 총장은 박 장관이 이메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한 것과 관련, 근본적 문제에 대해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이 이메일에서 언급한 부분은 문제점에 대한 진단 틀 자체가 틀렸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셈이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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