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원칙 역행 자산형평성 악화
초고령사회 세원 확충도 악영향
“과세 공백, 조세저항 나타날 수도”
정부의 증세 ‘포비아’(공포증)가 되풀이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역시 유예를 거듭하면서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가 구호에 그치고 세원 확충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과 함께 청년층 등의 반발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열정부 당시 도입이 유예됐다가 여야 합의로 2024년 끝내 폐지된 금투세 도입 과정과도 겹친다. 금투세는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한 양도차익 등에 대해 국내 상장주식 등은 연간 5000만원, 그 밖의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22~27.5%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이익뿐 아니라 손실까지 합산해 선진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국내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끝내 도입이 무산됐다. 자본소득 과세가 후퇴하면서 조세 원칙은 물론 자산 형평성 역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2023년 시장소득 불평등에서 재산소득의 기여도는 15.5%로, 재산소득이 전체 시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5%)을 크게 웃돌았다. 재산소득이 고자산가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세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수 급등으로 내년 국세수입(584조4000억원)이 올해 재추계치(478조6000억원) 대비 105조8000억원 늘어나는 등 단기적으로 재정수지가 크게 개선된다. 하지만 법인세는 경기 변동에 민감해 안정적인 세입 기반으로 삼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 법인세 신고분은 2020년 42조3000억원에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55조5000억원, 87조원으로 늘다가 2023년 60조4000억원, 2024년 39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지난해 60조9000억원, 올해 110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도체 대기업 실적 개선으로 향후 2~3년 세수 호조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대외 불안 등이 겹칠 경우 세수 증가세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아울러 고령화로 의무지출은 폭증할 수밖에 없다. 예정처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2025년 368조원에서 2050년 712조원으로 344조원(93.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는 “금융투자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공백이 발생하면 향후 근로소득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자신들의 세 부담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등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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