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적으로 강력한 항의 수단
정부가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뒤 정부가 사과를 요구했지만 열흘 넘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외교적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8일 외교부는 박 대사 소환 결정 사실을 전하며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 총회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전하며 “아쉽다”고 언급하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를 부인했고, 이 대통령은 “상대국 국가 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으로부터 사과의 취지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양국 간 갈등을 봉합할 만한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 차이가 있다”며 “대사 소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양국의 비공개 합의 해석에 차이가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정부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대사 소환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의 사과와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 외교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우크라이나는 신임 주한대사 내정자(안드리 니콜라옌코 의원)에 대한 아그레망을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아직 이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다.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아그레망 부여를 계속 지연하는 것도 외교적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양국 외교관계는 대사대리급으로 유지된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가 지난해 9월 이임한 이후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자리는 1년째 공석이다.
박 대사의 귀국 시점과 소환 기간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불러들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박 대사 귀국을 계기로 북한 포로 송환 관련 사안을 포함해 대러 유류 수송 문제 등 한·우크라이나 양국 현안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대사 소환은 강력한 외교적 항의 수단이다. 우리 정부는 2001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며 최상룡 당시 주일대사를, 2008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반발해 권철현 당시 주일대사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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