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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우먼 워킹’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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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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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여배우 수전 서랜든(79)이 최근 미국 경찰에 붙잡혀 연행됐다. 오는 10월이면 80회 생일을 맞는 그가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성토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 대상이 된 것이다. 서랜든이 1996년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만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서랜든에게 영예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영화는 팀 로빈스 감독의 ‘데드 맨 워킹’(1995)이다. 사형수의 인권과 사형제의 비인도성을 다룬 묵직한 작품이다. 서랜든은 사형수 매튜(숀 펜)를 도우려는 헬렌 수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할리우드 영화 ‘데드 맨 워킹’(1995)의 한 장면. 사형 집행을 앞둔 매튜(왼쪽·숀 펜)를 헬렌 수녀(수전 서랜든)가 위로하고 있다. SNS 캡처
할리우드 영화 ‘데드 맨 워킹’(1995)의 한 장면. 사형 집행을 앞둔 매튜(왼쪽·숀 펜)를 헬렌 수녀(수전 서랜든)가 위로하고 있다. SNS 캡처

영화 제목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은 우리말로 ‘이미 죽은 사람 같다’ 또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정도의 의미다. 교정 당국 관계자와 재소자들 사이에선 ‘사형 집행을 직감한 사형수가 형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의 걸음걸이와 시간’을 뜻하는 은어(隱語)로 쓰이는 듯하다. 죽음을 앞둔 이가 느끼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1979년 10·26 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교수형 집행을 목격한 어느 교도관은 이렇게 증언했다. ‘처음엔 의연해 하던 김재규도 막상 사형장 10여m 앞에 서자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결국 교도관들에 의해 형장까지 질질 끌려가다시피 했다.’

 

크리스타 파이크(50)라는 미국 여성은 사형수다. 18세이던 1995년 테네시주(州)에서 또래 여성 A양을 납치하고 고문한 뒤 살해한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경찰 조사에서 파이크의 범행 동기는 다름아닌 ‘질투’로 드러났다. A양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유혹해 빼앗으려 한다는 의심을 품은 파이크가 결국 살인이란 극단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파이크는 A양의 시신을 훼손하고 심지어 그 두개골 일부를 절취해 갖고 다니며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엽기적 행각까지 보였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파이크는 이듬해인 1996년 3월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집행 방식으로 재판부는 전기의자형(刑)을 명령했다. 이는 특수한 의자에 사형수를 결박시킨 뒤 전류를 흘려보내 인위적으로 감전사에 이르도록 하는 사형 방식이다.

 

미국 테네시주 대법원 청사. 최근 주대법원은 오는 30일 크리스타 파이크라는 이름의 여성 살인범에 대해 독극물 주사에 의한 사형 집행을 명령했다. SNS 캡처
미국 테네시주 대법원 청사. 최근 주대법원은 오는 30일 크리스타 파이크라는 이름의 여성 살인범에 대해 독극물 주사에 의한 사형 집행을 명령했다. SNS 캡처

테네시주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지지했다. 미국에서 사형제는 합법이지만, 실제 집행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파이크를 전기의자에 앉혀 목숨을 빼앗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 사이 변호인단은 “어린 시절부터 아동 학대와 성폭행에 시달린 파이크는 범행 당시 정신질환 환자나 다름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이 파이크의 사형 집행을 강력히 촉구하는데다 사면권을 가진 테네시 주지사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주대법원은 오는 30일을 파이크의 사형 집행일로 확정했다. 다만 집행 방식은 전기의자형 대신 독극물 주사형으로 바뀌었다. ‘데드 우먼 워킹’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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