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발표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지침에 공장의 신설·해외투자·생산기지 이전 등 사업 경영상 결정에 대한 노조의 철회 또는 반대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노조가 이를 빌미로 파업을 벌이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대전지법 제12민사부는 같은 날 철도노조 조합원 25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노동부 시행지침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앞서 철도노조는 2023년 ‘수서행 KTX 운행’, ‘고속철도 통합’, ‘민영화 중단’ 등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였는데, 당시만 해도 노봉법 시행 전이라 파업 목적에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 있는 사안이 아닌 정부 정책·경영상 결정에 대한 요구가 포함되면 불법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으로 넓힌 노봉법 개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정당한 쟁의라는 조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 무효를 판결했다.
노동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교섭 및 파업 대상인지 묻는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의 서면 질의에 이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해당된다’고 답했다. 안 그래도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을 상대로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내년부터 이전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노동계는 총파업까지 운운하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노봉법 시행지침에 정리해고가 아닌 인력 배치전환, 근무형태 변경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한 건 지나친 측면이 있다. 기업 신규 투자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노동계가 앞으로 노봉법을 법적 근거로 삼아 인력배치 전환 반대 목적으로 파업까지 불사한다면 2차 공공기관 이전 작업이 순탄할 리 만무하다.
시행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그 취지와 어긋난 법원 판결이 앞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노조가 시행지침을 어겨가며 불법적인 교섭을 요구하면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를 통해 법원의 각하 처분과 같은 행정지도를 내릴 방침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다. 노봉법 개정을 통해 시행령·시행규칙 위임 조항을 넣어 법적 구속력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다. 보완 대책도 필요하지만, 정공법은 노동법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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