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 수용 시 상응 대가 실익 따지고
단독 아닌 다국적 협력도 검토할 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청하면서 늦어도 11월까지 병력과 자산을 보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한 시한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파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SC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에 이어 국회 동의까지 거치면 2004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이후 22년 만에 해외 파병이 현실화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요청을 받은 뒤 파병 자산과 국회 비준동의안 등을 검토해왔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작전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파견한 상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적 절차를 고려해 최선의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프랑스 등 우방국들도 호르무즈해협 안전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군사적 자산 투입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의 결단을 재촉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일은 아니다. 우리 장병의 안전과 작전의 정당성, 한반도 안보 공백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권에서도 공개적인 신중론과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동맹과 국가안보 현실을 고려하면 무조건 회피하거나 반대하는 것 또한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요구에 따른 수동적 결정이 아니라 국익과 안보를 위한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상응하는 대가와 실익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북한이 8개월 뒤 핵추진잠수함 공개를 시사하는 등 안보 위협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핵잠수함 연료 이전 협상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에서 미국의 실질적인 협력과 성과를 끌어내야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독 파병보다 영국·프랑스 등 우방국과 다국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위험과 부담을 분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청해부대를 통해 다국적 해양안보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호르무즈 파병을 동맹 차원의 일방적 부담이 아니라 국제적 해양안보 협력의 틀로 전환한다면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과 그에 따른 외교·안보 리스크까지 감당할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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