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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빵 어딨나요?”…포켓몬 빵 밀어낸 2030 ‘텍스트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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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인턴기자 hurrypot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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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일 만에 5만개 팔려…‘랜덤 책갈피’ 구하기 경쟁
전문가 “책 읽기 넘어 굿즈로 취향 드러내는 체험 소비”

“민음사 빵 어딨나요? 애플리케이션(앱) 찾아봐도 재고가 안 나와요.”

 

22일 경기 구리시의 한 GS25 빵 매대에 민음사 빵이 보이지 않는 모습. 허은선 인턴기자·GS리테일 제공
22일 경기 구리시의 한 GS25 빵 매대에 민음사 빵이 보이지 않는 모습. 허은선 인턴기자·GS리테일 제공

지난 22일, 이 빵을 구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경기와 서울의 편의점을 5곳 넘게 둘러봤지만 어디서도 제품을 발견할 수 없었다. 매대에는 인기 상품인 포켓몬 빵은 있어도 민음사 빵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편의점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동네GS’ 앱을 검색해봐도 수량은 ‘0’이었다.

 

◆ “재고 늘려주세요”…빵 속 책갈피 구하려고 편의점 향하는 2030

 

민음사 문학빵 4종. 모카번 ‘오만과 편견’, ‘사랑에 대하여’와 깨찰빵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GS리테일 제공
민음사 문학빵 4종. 모카번 ‘오만과 편견’, ‘사랑에 대하여’와 깨찰빵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 GS리테일 제공

 

민음사 빵은 출판사 민음사와 지식재산권(IP)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 GS25가 협업한 제품이다. 빵 안에 랜덤 책갈피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 ‘사랑에 대하여’ 등에서 이름을 딴 문학빵 4종 중 2종이 지난 21일 먼저 출시됐다. 출시 3일 만에 5만개, 전체 납품 물량의 약 95%가 판매되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매출로는 약 1억5000만원 규모로 GS25 전체 빵 카테고리에서 나란히 매출 1·2위에 올랐다. 남은 신작 2종은 26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출시되자마자 ‘우리동네GS’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소설 제목으로 도배시켰다. 

 

민음사 빵 구매 방법과 책갈피 후기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민음사 빵 구매 방법과 책갈피 후기가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열풍을 실감하는 인증 게시물이 쏟아진다. 누리꾼들은 “입고 차량이 오는 시간을 점주에게 물어봐 시간 맞춰 방문하라”며 빵을 구하는 팁을 공유하고, 구매 후 봉지를 뜯어 책갈피를 확인하는 이른바 ‘랜덤깡’ 영상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점포당 발주가 제한되자 한 편의점 근무자는 “매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구경도 못했다”며 “오늘 찾는 손님도 많았는데 물량을 늘려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량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누리꾼들의 댓글. 인스타그램 캡처
물량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누리꾼들의 댓글. 인스타그램 캡처

 

빵 자체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봉지 안에 든 투명 책갈피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종과 시집 5종 등 총 20종 중 1장이 무작위로 들어있는 데다 이 가운데 3종은 GS25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디자인이라 2030세대의 소장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익숙한 고전 표지에 귀여운 캐릭터를 입힌 디자인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 빵으로 번진 ‘텍스트힙’…굿즈와 결합하다

 

기존에도 포켓몬 빵의 ‘띠부띠부씰’ 뽑기 같이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는 빵 소비가 인기를 끌었지만, 민음사 책갈피가 유독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텍스트힙(Text Hip)’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텍스트힙’은 독서 행위를 세련되고 멋진 활동,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여기는 트렌드를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 대비 4.5%포인트(p) 낮아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대의 독서율은 75.3%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2023년보다 0.8%p 올라 전체 성인 평균의 약 2배에 달했다.

 

‘2025 국민독서 실태조사’ 중 ‘독서율 추이’ 그래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5 국민독서 실태조사’ 중 ‘독서율 추이’ 그래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텍스트힙 흐름은 여러 체험형 행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지난해보다 1만명 늘어난 16만명이 몰렸다. 민음사는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용산 팝업 행사에서 ‘미니어처 북 키링’ 등을 선보이며 활자를 매개로 한 굿즈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문가는 이러한 열풍이 텍스트에 대한 관심을 ‘체험과 놀이’로 확장해 즐기려는 청년층의 소비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굿즈를 구매하며 트렌드에 동참하고 자신을 표현하려는 2030세대의 ‘체험형 소비’ 성향이 반영된 현상”이라며 “책과 텍스트에 대한 관심이 세계문학전집 책갈피라는 구체적인 굿즈로 연결된 데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 뽑기의 기대감이 이들 세대가 추구하는 ‘소소한 재미’와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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