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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엄마 밤엔 킬러… 형사가 된 재벌… 뻔함 대신 통쾌함 더! 권선징악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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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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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 주말드라마 인기몰이

법 밖에서… 재력 활용해… 악인 응징
낯선 캐릭터·직업 결합해 재미 더해
현실 불공정·무력감에 ‘사이다’ 선사
“인물이 드러낸 사회상, 관전 포인트”

답답한 현실을 단숨에 뒤집어주는 ‘사이다’에 대한 시청자의 갈망이 커지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도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판타지적 해결사’로 진화하고 있다. 법이 놓친 악인을 직접 처단하는 킬러나 현실의 경찰이 갖기 힘든 막대한 돈과 인맥을 지닌 재벌이 등장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최근 금·토요일 안방극장에서 맞붙고 있는 MBC ‘유부녀 킬러’와 SBS ‘재벌X형사2’가 그렇다. 평범한 유부녀의 얼굴을 한 킬러, 재벌가 막내아들인 형사 등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강력한 캐릭터와 비현실적 설정을 앞세워 법과 절차, 시간과 비용이 만드는 답답함을 단숨에 걷어내며 ‘초강력 사이다’를 만들어낸다. 과감한 해결사로 시청자가 원하는 해방감을 극대화하는 셈이다.

 

MBC ‘유부녀 킬러’ 공효진
MBC ‘유부녀 킬러’ 공효진

◆평범한 엄마에게 총을, 형사에게 돈을

MBC ‘유부녀 킬러’는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평범한 유부녀 유보나가 밤이 되면 표적을 제거하는 킬러로 변신한다는 설정이다. 엄마와 킬러라는 상반된 정체성의 결합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길복순’ 역시 살인청부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면서 한 아이의 엄마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부녀 킬러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현실에서는 참고 견디거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문제를 유보나는 직접 행동으로 끝내는 것이 핵심이다. 법이 놓친 악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는 총은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즉각적인 해결 수단이다.

 

SBS ‘재벌X형사2’ 안보현
SBS ‘재벌X형사2’ 안보현

SBS ‘재벌X형사2’의 진이수 역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물이다. 재벌가 막내아들이자 강력팀 형사인 그는 수사가 막힐 때면 돈과 인맥, 정보력 등 자신이 가진 자원을 거리낌 없이 활용한다. 재벌이 형사가 된다는 설정은 이미 시즌1에서 충분히 소개된 만큼, 시즌2는 ‘돈 많은 형사’라는 판타지를 확고한 장르적 무기로 내세웠다. 그러다 보니 범죄의 규모도 한층 커졌다. 전용기를 타고 멕시코로 향해 마리아치로 위장한 채 범죄자를 추적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예산과 인력, 관할과 절차를 따져야 하는 현실 속 경찰의 한계를 재벌형사라는 설정 하나로 깨부순 것이다.

이런 사이다 쾌감은 시청률에 반영된다. ‘유부녀 킬러’는 지난달 31일 7.4%로 출발해 22일 방송분에서 8.8%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한 주 늦게 시작한 ‘재벌X형사2’는 5~6%대 시청률을 보이다 22일 방송된 6회가 7.5%를 기록하며 2회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점점 강해지는 ‘사이다 욕구’

두 작품은 악인을 벌하는 권선징악이라는 결과보다 ‘현실에서는 쉽게 얻기 힘든 해결’에 대한 시청자의 욕망을 보여준다. 수사와 재판에는 시간이 걸리고, 법과 제도에는 빈틈이 있다. 아무리 답답해도 개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드라마는 이 지점에 현실보다 훨씬 강한 인물을 투입한다. 법이 늦으면 먼저 움직이는 킬러를 만들고, 돈과 인력이 부족해 수사가 막히면 돈 걱정 없는 재벌 형사를 등장시킨다. 완전히 초현실적인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조건을 한 인물에게 몰아준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셈이다.

현실의 문제의식을 건드리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게 끌고 가지 않는 점도 두 작품의 특징이다. 액션과 코미디, 캐릭터성을 결합해 현실의 답답함을 오락적으로 풀어낸다. 현실 문제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한층 과장된 인물과 장치를 통해 빠르게 뒤집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같은 문법의 ‘모범택시’와 ‘김부장’ 등이 성공한 전례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권선징악 자체는 늘 익숙한 이야기지만, 이를 수행하는 인물이 드러내는 사회상을 보는 것이 최근 작품의 특징”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유부녀 킬러’에는 워킹맘의 현실과 공적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등장하는 사적 정의, 즉 사적 복수의 문제가 담겨 있다. 또 ‘재벌X형사2’는 형사의 열정이나 직업의식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 정의를 구현하는 데에도 돈이 크게 작용하는 사회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평론가는 “새로운 장르와 섞이면서 공적 정의에서 사적 정의로 넘어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능력자가 등장하거나 시간을 뛰어넘는 등 현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현실 문제를 비추는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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