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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억원’ 1주택 종부세 부담, 왜 줄이나…세제개편안이 던지는 화두 [경제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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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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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 발표 세제개편안 놓고 여진 지속
시가 30억원 이하 고가 주택 최대 수혜 예상
마·용·성 등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 몰릴 수도
전세 수요 이동하면서 전세난 확산 우려도
경제.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도탄에서 구한다’는 뜻의 경세제민을 줄인 말입니다. 뜻은 명쾌하지만 경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부 재정과 세제부터 환율과 금융까지 낯선 개념이 등장하는 데다 ‘정답’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분야니까요. ‘경제직설’은 중요하지만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경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노력입니다.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이달 3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두고 여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란 발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정부는 이에 거주용 1주택은 세금을 깎아주고, 비거주 및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세 부담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1주택자라도 시가 40억원대를 초과하는 이들에게 누진적으로 세 부담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취지는 개편안에 꼼꼼하게 반영돼 있습니다. 먼저 실거주 혜택입니다. 가령 거주용 1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용 1주택은 9억원으로 낮췄습니다. 종부세 1주택자 세액공제 역시 ‘보유’에서 ‘거주’ 공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합니다. 양도소득세도 마찬가집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중 보유 공제를 폐지하고, 거주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합니다.

 

초고가 주택 부담도 높입니다. 현행 종부세율은 1·2주택자와 3주택을 구분해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율을 달리 하는데요, 앞으로는 1·2주택자라도 다주택자 세율에 맞춰서 세율 체계를 ‘주택 수’→‘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겠다는 겁니다. 단, 1·2주택자 세율 인상은 과세표준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 구간부터 시작됩니다.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은 현행 세율이 유지되는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대략 30억원대 초반까지가 해당됩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거주 1주택 우대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시가 30억원 이하 고가 주택이 최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역설을 표현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거주 1주택 우대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시가 30억원 이하 고가 주택이 최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역설을 표현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다주택자 역시 기본공제금액이 ‘4억원+(5억원×주택가액 중 거주주택 비중)’으로 강화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주택자(70%) 대비 10%포인트 높은 80%가 적용돼 부담이 현재보다 더 커집니다.

 

참고로 과세표준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 ‘시가’와 다릅니다.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합니다. 각 과표에서 해당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곱한 뒤 세액공제 등을 빼야 비로소 실제 세액이 도출됩니다.

 

양도세의 경우 초고가 주택 보유자가 양도차익을 많이 남길수록 세제 혜택을 많이 보는 ‘역진성’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도입됩니다. 한도가 없는 양도세 장특공제 한도를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만 보면 “주택 분야 조세 제도가 많이 왜곡돼 있다”면서 과세 정상화를 주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잘 구현된 것처럼 보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양도세 장기보유공제 한도가 2028년 20억원에서 2029년 1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구조를 형상화한 이미지. 종부세 공제 차등(거주용 14억원 vs 비거주용 9억원)과 함께 시가 20~30억원 주택에 세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의 다층 구조를 시각화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양도세 장기보유공제 한도가 2028년 20억원에서 2029년 1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구조를 형상화한 이미지. 종부세 공제 차등(거주용 14억원 vs 비거주용 9억원)과 함께 시가 20~30억원 주택에 세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의 다층 구조를 시각화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우려되는 지점이 여러 군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왜 시가 30억원에 이르는 고가 주택에도 종부세 부담을 낮춰 주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거주 1주택 기준 시가 30억원 안팎의 주택은 이번 세제개편안의 최대 수혜 대상으로 꼽힙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지만,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 결정적으로 기본공제액이 14억원까지 커져 오히려 세제혜택을 많이 누리게 된다는 겁니다. 구 부총리도 시가 30억원 미만 주택은 오히려 현재보다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다락같이 오른 서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흐름에 있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강남3구보다 한 단계 낮은 이른바 ‘덜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입지가 좋은데도 세제 혜택은 많이 받는 20억~30억원 매물이 많은 마포 용산 성동 양천 등의 가격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전월세 시장도 우려됩니다. 이번 개편안의 특징은 1주택이라도 갭 투자를 한 ‘비거주’라면 세제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마용성 등에 주택을 한 채 사놓고 서울 외곽이나 지방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임대주택 회수에 나설 유인이 커진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들이 실거주에 나서더라도 전체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자의 실입주로 임대주택이 빠지는 곳과 이들이 새롭게 전세를 구하는 곳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체 전세 물량이 크게 줄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이 부족한 특정 지역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초고가주택에 대한 ‘핀셋’ 증세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맞물리면서 마용성 등 특정 지역의 매매, 전월세 시장을 동시에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마용성의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면 서울 다른 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이동하면서 전세난도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의 가격 조정 기능은 정부 자료로도 확인됩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주요단지 최근 매물 호가 하락사례’를 배포했습니다. 세제개편안 발표 전 강남 압구정 현대1,2차(전용면적 198㎡, 3층) 매물 가격이 119억에 달했지만, 개편안 이후에 92억(2층)으로 하락하는 등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성동에서 고가 아파트 매물의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핀셋’ 증세가 호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특히 종부세 강화는 양도세 완화와 결합됐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보고서 ‘주택 관련 취득·보유·양도세제 정책의 영향 분석’을 통해 “조세정책만으로 주택가격 변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정책과 공급정책 등과의 정책 믹스(조합)가 중요하다”면서도 “보유세 강화 시에는 거래세 완화가 병행되어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초고가나 비거주를 차등화해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종부세를 전반적으로 높여 가격 안정 기능을 강화하자는 겁니다. 종부세 부담이 높아지면 담세력이 있는 사람은 그대로 살겠지만,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은 매도를 고민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투기성 수요가 줄고 매매가격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달 16일 열린 부동산 세제 토론회에서 “보유세는 상당히 효율적인 세금이다. 보유세가 높은 나라들의 주택 가격이 조금 더 안정되고, 변동성이 낮은 경향이 보인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다만, 양도세는 낮춰 ‘매물잠김’ 현상을 방어해야 합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는 낮춰 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고 나올 수 있는 출구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종부세는 재산세와 함께 부과되는 보유세로서 납세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주택 가격 거품을 꺼뜨려 주는 ‘교정과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부세는 사실 대다수 서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세금입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주택 소유자 265만9000명 중 1세대1주택 종부세 납세자는 4.5% 수준에 그칩니다. 현재 과세 기준점인 공시가격 12억원(시가 17억원)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3억원의 자기자금과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고가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인데도 시가 20~30억원 1주택자에 대해 세제상 우대를 해줄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너무 낮다. 보유세를 조금씩 올릴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보유세를 올림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정부가 초고가는 세금을 강화하고, 30억원 이하는 세 부담을 낮춰주는 등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의 제언을 정부가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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