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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칼럼] AI 시대, 누가 취업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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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AI 활용능력 중시에
갈수록 자신만의 언어 사라져
스스로 질문, 말하는 힘 길러야
취업의 지름길로 향할 수 있어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심해지다 보니 대졸 청년들은 지원할 곳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 여기에 기업의 AI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기획서 초안 작성이나 PPT 제작처럼 신입사원이 주로 담당하던 엔트리 레벨 업무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기업의 입장으로 보면 청년을 채용해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주변에서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심심치 않게 본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그래도 기업은 끊임없이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또 누군가는 바늘구멍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 과연 누가 그 기쁨을 누리게 될까. 최근 대기업 인사 책임자들과 대화하면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당연히 서류 심사에는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에 다른 지원자들이 잘 쓰지 않는 표현이나 쉽게 접하기 어려운 어휘가 있는지를 AI가 집중적으로 찾는다. AI가 기본값이 된 세상에서 쉽게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단어나 표현, 그리로 이와 연관된 경험이 담겨 있다면, 이는 지원자의 창의성을 드러내는 좋은 신호가 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이런 창의성을 인정받아 첫 번째 허들을 넘으면, 이제 면접이 기다린다. 면접 방식이 일률적인 건 아니지만, 대체로 지원자에게 몇 개의 주제를 제시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발표를 준비하게 한다. 발표 내용은 외려 부차적이다. 정말 중요한 건, 튀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발표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충실하게 전달하는지이다. 정답을 알고 있느냐보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역량이 더 결정적인 셈이다.

평범한 취준생에게는 꽤나 당혹스러운 주문일 수 있다. AI로 아이디어를 뽑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AI가 내어준 원고에 의존해 발표하는 게 몸에 배었다면, 기업의 실제 면접 현장은 악몽같이 느껴질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한 지 18년째로 접어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교과서와 AI를 아예 배제하고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적 삶과 쟁점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해보면 어떨까.

이 수업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스스로의 힘에 의존한다. 하나의 주제를 깊이 고민하고, 정돈되지 않은 생각을 교수와 수강생들에게 말해보고 반응을 살펴 생각을 정돈한다. 타인의 언어가 아니라, 나 자신만의 언어에 의존해 생각의 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불완전한 무언가를 타인과 나누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반응을 주시하면서 좀 더 설득력 있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모든 수업에 AI를 접목하라는 권고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교수들을 압박한다.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새로운 언어와 설득의 힘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까.

오랫동안 홀대받았던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해외 명문대의 공학 수업에서는 교재와 AI에 앞서 학생들이 직접 재료를 만지고 구조물을 만들며 시행착오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AI를 잘 쓰는 능력에 앞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인문학적 역량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AI를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AI가 뽑아준 언어를 반복하지 않고 자기만의 언어를 찾으려 하고, 읽어내려갈 원고 없이도 내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경쟁력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 없이도 질문하고 말할 힘을 길러줘야 한다. 대학이 오히려 취업의 길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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