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창신 상장 투자자 이탈 불붙여
美 마이크론·AMD 줄줄이 급락
삼전 5.2% 하이닉스 9.6% 하락
업계 “낙폭 과도” “목표주가 하향”
한은 “반도체 양호한 펀더멘털
주가 하방압력 제한할 것 기대”
국내 증시가 29일 이틀 연속 급락한 건 반도체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상태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위협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고,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도 삭풍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 반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다른 업종까지 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각각 5.23%, 9.61% 하락했다. 전날 13∼14% 폭락에 이어 이날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19.61% 내린 124만6000원까지 추락하는 등 시총이 1000조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올해 글로벌 증시 호황을 주도했던 인공지능(AI)·반도체주들의 부진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점이 폭락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 착수 소식과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은 투자자 이탈에 가속도를 붙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8.85%), AMD(-8.15%) 등 반도체 기업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49% 급락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국내 증시의 충격이 증폭됐다.
시장에서는 주도주들의 2분기 호실적 발표가 하락장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시장의 희망을 실망으로 바꿨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54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7.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시장의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콘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등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은 점도 투매를 촉발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공포장에서 외국인들의 물량을 받아내며 버티던 개인들마저 이날 결국 투매에 나서며 1조9655억원을 순매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급락 이후 이날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셀(투매)을 했다”며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다 보니, 지금이 바닥이 아닐 것이란 의심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는 현재의 낙폭이 과도하며 펀더멘털(기초 체력)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4.8배로 역사적으로도 보기 어려운 저평가 수준”이라며 “공포에 휩쓸려 주도주를 던지기보다, 실적이 확인되는 반도체와 낙폭이 과도했던 성장주에 차분히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 반도체 업황과 코스피의 ‘꽃길’을 앞다퉈 예측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55만원과 420만원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이날 각각 37만원과 280만원으로 33%씩 하향 조정했다.
김영건 연구원은 “낸드 계약가격 하향 전망에 따른 주가 조정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했으나, 곧바로 중국 노광기 국산화 이슈가 이어졌다”며 “이번 이슈에 따른 업계 전반의 주가 낙폭은 과도해 보이나, 목표가 조정 또한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주식시장과 관련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영업이익 전망 등 양호한 펀더멘털 여건은 국내 주가의 하방압력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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