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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부모 4명 중 1명, 주70시간 ‘돌봄 감옥’ [심층기획-죽어야 끝나는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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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준·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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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보호자 설문조사

주말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꼬박 시달려
법정근로시간인 52시간의 1.35배 달해
73% 수면장애… 일부 정신적 고통 호소
21%, 타인 지원 전혀 못 받는 ‘독박돌봄’
“교육시스템에서 나오니 부담쏠림 막막”
10명 중 8명 성년 자녀 ‘도전행동’ 경험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내 상해 입기도

발달장애인 부모는 노년기로 간주되는 60대 이상이 되고서도 4명 중 1명 정도가 자녀 돌봄에 주 70시간 이상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씩 꼬박 성인기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데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주 70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주 52시간)의 1.35배, 고용노동부 고시상 과로사 산재 인정 기준(주 60시간)을 훌쩍 넘는 수치다.

돌봄 부담은 나이 든 부모의 건강에 상흔을 남길 수밖에 없다. 70% 이상이 수면장애를 호소했고 30% 가까이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의학적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세계일보는 7월4일 지적발달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18일부터 24일까지 60대 이상 발달장애인 부모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문항은 정병은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의 검수를 거쳤다.

◆‘돌봄’ 때문에 아픈 그들

28일 설문조사 응답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일주일간 본인 돌봄시간을 묻는 질문에 ‘70시간 이상’이라고 한 응답자 비율이 25.8%(16명)로 집계됐다. ‘60∼70시간 미만’이 11.4%(7명), ‘50∼60시간 미만’이 12.9%(8명)로 발달장애 자녀 돌봄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주 52시간)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이들이 절반 수준이었다.

돌봄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건 한 사람에게 부담이 과도하게 쏠리는 ‘독박 돌봄’ 경향 때문이다. 실제 최근 일주일간 다른 사람이 돌봄을 지원한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1.0%(13명)나 됐다. 선택지 중 가장 짧은 ‘30시간 미만’을 택한 응답자 비율은 33.9%(21명)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 부모가 감당해야 할 돌봄시간이 길어지는 데에는 자녀가 성년이 된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미성년 자녀 돌봄은 공교육 체계가 사실상 분담하지만 성년 자녀는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에게 성년기 자녀 돌봄의 특징을 서술형으로 답해 달라고 한 결과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규칙적인 운동시간과 취미활동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미성년 아이는 어떻게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소속된 곳도 없고 막막하다”, “제도권 교육 시스템에서 사실상 방출되니까 전적으로 부모 돌봄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자녀가) 고등과정 졸업 후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게 가장 힘들다” 등 공교육 과정 종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중한 돌봄 노동은 부모의 건강까지 헤친다. 수면장애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72.6%(45명)나 됐다.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한 응답자도 80%가 넘었다. 실제 전문가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인원 비율이 12.9%(8명), 수면장애나 우울증 등으로 약물을 복용 중이라고 답한 인원은 16.2%(10명)였다. 53.2%(33명)는 정신적 어려움이 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발달장애 자녀 돌봄 문제는 부모 개인의 건강만 다치게 하는 게 아니다. 가족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 응답자 50%(31명·중복응답)가 발달장애 자녀 돌봄 문제로 ‘심한 언쟁’을 겪는다고 답했다. 가족 구성원의 ‘일시 가출’도 11.3%(7명), ‘분리 생활’도 8.1%(5명)가 겪은 적 있다고 했다. 가족 간 갈등으로 ‘전문가 심리상담을 받은 적 있다’거나 ‘약물치료 중’이라고 답한 비율도 각각 9.7%(6명)씩 있었다.

◆“힘으로 못 당한다”

발달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 돌봄 간에는 양뿐 아니라 질적 차이가 있다. 그 질적 차이를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발달장애 자녀의 ‘도전 행동’이다. 본인이나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위협하거나 일상생활·사회 참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도전 행동은 중증장애인일수록 더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실제 응답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최근 1년 내 발달장애 자녀의 도전 행동을 겪은 적 있다고 답했다. 가장 빈번한 건 ‘소리 지르기·욕하기’와 ‘버티기·힘겨루기’로 응답률이 각각 절반 가까운 48.4%(30명·중복응답)와 45.2%(28명)였다. 그외 ‘물건 던지기·부수기’가 22.6%(14명), ‘폭행(때리기·할퀴기 등)’이 19.4%(12명)였다.

자녀의 도전 행동에 최근 1년 내 상해를 입은 적이 있는 부모는 절반을 넘었다.

최근 1년간 도전 행동으로 인한 상해 빈도를 묻는 질문에 ‘전혀 없다’(45.1%)를 제외하고 ‘수개월에 한두 번’이라고 한 응답자 비율이 24.2%(1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년에 한두 번’이 19.4%(12명),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8.1%(5명), ‘한 달에 한두 번’ 3.2%(2명) 등 순이었다.

자녀의 도전 행동이 피해를 입히는 건 부모만이 아니다. 최근 1년간 타인에게 피해를 입혀 금전 보상을 한 적이 있는 응답자가 40%를 넘었다. ‘지금까지 한두 번 있었다’고 답한 비율이 38.7%(24명)였고, ‘자주 있다’는 4.8%(3명)였다. 도전 행동 문제로 인한 이웃 갈등, 민원 때문에 이사한 적 있다는 응답도 12.9%(8명) 있었다.

60대 이상 부모의 경우 노화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지만 발달장애 자녀는 체격이 커지고 힘이 세지는 탓에 도전 행동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응답자들이 성년기와 미성년기 발달장애 자녀 돌봄 간 차이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 (자녀가)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고 고집을 부려 다독이기 힘들다”, “덩치가 커져 몸싸움이 일어날 경우 사고로 연결된다. 욕구가 많이 생기는데 관철하지 못하면 폭력적 성향이 표출돼 (제어하기에) 힘이 부친다”, “(자녀가) 강해짐에 따라 문제 행동을 저지하기 어렵다” 등 답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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