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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고구마, 같이 먹으면…”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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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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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9일 국회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며 박 대통령의 직무 권한이 정지됐다. 앞선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으로 청와대 기능이 마비되며 이미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히 차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모드에 돌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이 후보군을 형성했다. 한 차례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문 후보의 압도적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절대 다수인 가운데 그때까지만 해도 전국적 지명도는 높지 않았던 이 후보가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이다’ 대 ‘고구마’ 논쟁이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4월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후보를 축하하며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4월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후보를 축하하며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사이다는 이 후보를 가리킨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사이다를 마실 때처럼 시원해진다는 지지자들의 찬사가 담겨 있다. 반면 고구마는 문 후보를 지칭한다. 사이다에 비해 고구마는 답답한 느낌이다. 당시 어느 방송에 출연한 문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탄산음료(사이다)가 밥은 아니고 금방 목이 마르지만,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며 고구마 우위론을 폈다. 이에 이 후보는 “목 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먼저) 사이다로 목 좀 축여야 한다”고 맞받았다. 사이다의 비교우위를 강조한 것이다. 경선 결과 모두의 예상대로 문 후보가 과반 압승을 차지했다. 이 후보는 3위로 패했으나 전국적 지명도가 크게 올라갔다. 훗날 경기지사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될 기틀을 다졌다.

 

문재인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이 경기지사 사이는 제법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갈 때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지사는 방북 대표단에 포함된 반면 이 경기지사는 빠졌다. 경기도가 강원도와 같은 접경 지역이란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정이었다. 당시 사정을 아는 인사들은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에 쌓인 앙금 때문에 문 대통령 측근들이 이 경기지사를 세게 견제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부딪쳤을 때 이 전 총리 캠프 주변에선 ‘이 경기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문 대통령에게 정치 보복을 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5년 1월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함께 손잡고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5년 1월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함께 손잡고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오는 7월1일 청와대에서 문 전 대통령과 만나 오찬을 함께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민주당 당권 경쟁이 조기에 과열하며 계파 간 분열과 반목이 심화하자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27일 “문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왔다”며 “숨 가쁜 국정 일정 속에서 그동안 성사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고견을 듣고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원론적 의미만을 부여했다. 지금 세간의 관심은 문 전 대통령이 과연 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 현 당권파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쏠리는 듯하다. 문득 10년 전 사이다 대 고구마 논쟁 당시 이 대통령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 그게 실현이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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