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대뜸 “나는 히트곡이 없는 가수”라고 언급했다. 연 155억원을 버는 인물치고는 이질적인 발언이다. 사람들은 겸손이라 치부하지만, 그의 눈빛은 꽤 진지했다. 대중이 보는 성공의 높이와 그가 스스로 설정한 예술적 눈높이 사이에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왜 그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명곡들을 가졌음에도 스스로를 완성형이라 부르지 않을까. 그 해답은 무대 뒤, 거친 나무를 깎으며 몸에 익힌 뚝심에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톱을 잡고 가구를 만드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대 시절, 가구 공장에서 이모부와 함께 땀 흘리며 몸에 익힌 습관이기 때문이다. 나무를 다듬는 일, 그는 이것이 노래를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산골총각 영웅’에서 톱질하고 사포질하는 그의 손끝은 무척 능숙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고된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정교한 완창이, 사실은 20대 시절 나무를 깎던 뚝심의 연장선인 셈이다.
동료들 사이에서 임영웅은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끝까지 맞추는 습관, 촬영 전 자신의 역할을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프로의 태도다. 카메라 밖에서도 그는 분주하다. 화장실 문이 잠기는 소동이 벌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분량보다 현장 상황을 먼저 살폈다. 톱스타의 권위보다 현장의 밸런스를 챙기는 이런 면모가 왜 대중이 그를 ‘진짜’라고 부르는지를 증명한다.
그에게는 조명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시간이 있다. 대중은 그를 무대 위의 가수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에 가장 치열하다. 축구장에서 땀을 흘리거나 아무도 없는 방에서 영상을 편집하는 일상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다. 나무를 깎던 20대의 마음가짐으로 매일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그만의 또 다른 무대다. 155억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이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할 법도 한데, 그는 숫자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차트 순위가 가요계의 지표를 새로 쓰고 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 무명 시절 좁은 방에서 혼자 버티던 고요한 시간들이 지금의 그를 만든 진짜 원동력인 덕분이다.
그가 스스로를 ‘히트곡이 없는 가수’라 칭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중의 기대치와 본인이 지향하는 예술적 깊이 사이의 괴리를 고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고민을 매일의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에 취하는 대신 늘 부족함을 찾고, 그 자리를 매일의 정성으로 메우는 것. 9월 콘서트를 앞두고도 그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스타들이 정상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을 때, 그는 오히려 스스로를 낮춘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10년 뒤에도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것, 그것이 그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이제 그의 삶은 단순한 가수의 성공담을 넘어, 결핍을 가진 인간이 성실함으로 삶을 지탱하는 교본이 되었다. 우리가 임영웅의 말 한마디에 주목하는 건 그가 이룬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를 대하는 그의 한결같은 자세에 있다. 무명 시절 좁은 단칸방에서 악보를 뒤적이던 청년은 이제 거대한 경기장을 채우는 가수가 되었지만, 그 마음가짐만큼은 그때와 다를 바 없다.
톱스타라는 허울을 벗어던진 인간 임영웅은 매일 아침 일어나 목을 풀고, 곡을 고르고, 팬들의 편지를 읽는다. 이 일상적인 루틴은 그가 10년 뒤에도 노래할 수 있는 근간이다. 톱질 한 번에 나무 가루가 떨어지듯,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털어내고 비워낸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는 다시 정성으로 채워진다. 이 무한한 성실함의 반복이야말로, 우리가 임영웅이라는 가수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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