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실 내 부주의…징계 사유 대다수
국토부, 철도안전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2024년 8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전동차 운전실에서 한 기관사가 휴대전화로 게임 영상을 보는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수많은 퇴근길 시민을 태우고 선로를 달릴 전동차 안에서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진 기관사의 시선은 전방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러 있었다.
블라인드에 사진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누구도 몰랐을 운전실 부주의 사건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 코레일은 30대 승무원 A씨를 철도안전법 위반으로 철도사법경찰에 고발 조치하고, 엄중 문책과 함께 승무원 전원 대상 특별교육과 현장점검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태에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일각에서는 열차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느냐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기관사의 전방 주시 태만은 단순히 기강 해이의 문제를 넘어 철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 2014년 7월 강원 태백 열차 충돌 사고와 2022년 경기 의왕시 오봉역 화물열차 사고 등은 모두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이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열차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운행 중 스마트폰을 만지는 행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전실 내 부주의는 기관사 징계 사유 대다수를 차지했다. 2024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코레일에서 받은 기관사 징계 의결서에서 2022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운전직 직원 징계 사유 2위가 ‘휴대전화 사용’이었다. 전체 운전직 징계 80건 중 ‘업무 부주의’가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휴대전화 사용이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규로 운전실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지만 현장에서는 완전히 무력화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철도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로 기강 해이 철퇴를 선언했다. 열차 운행 중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 제재를 음주운전 수준으로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한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유명무실했던 열차 운전실의 폐쇄회로(CC)TV 설치도 전면 의무화하기로 했다. 2016년 철도안전법 개정으로 운전실 내부 영상기록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운전 조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장치(운행정보 기록장치) 설치 차량을 예외로 두면서, 영상기록장치 설치 조항은 10년 가까이 사실상 사문화했다.
윤재옥 의원이 받았던 자료에서도 운전실 총 1411칸 중 306칸에 설치된 영상기록장치의 실제 운영 사례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사고가 나도 기관사가 휴대전화를 봤는지 알 길이 없었고, 블라인드에 사진이 올라와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토부의 개정안은 꼼수 면제 규정 삭제로 열차 운전실에서 CCTV를 켜게 된다. 설치 대상도 현행 동력차에서 객차까지 넓힌다.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CCTV 설치를 둘러싼 기관사 등 현장 인력의 반발도 다소 예상되는 데다, 48시간 영상 보관과 영상은 사고 발생 시에만 이용,제공한다는 단서가 달리면서 근본적인 사고를 예방할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고 후 원인 규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운전실 내 기관사의 부주의 등을 실시간으로 방지하기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김태병 철도국장은 “국민안전과 열차운행 안전을 모두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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