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계속
대한민국은 현재 ‘정치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이재명정부의 탄생. 일련의 사건은 한국 정치의 복잡성과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세계일보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층 더 깊은 온라인 인터뷰를 준비했다.
<‘더’ 깊숙한 인터뷰>라는 코너로 정치인들의 신념과 태도, 그리고 정치철학을 내밀하게 파고들 계획이다. 질문에 재질문을 거듭하며 그들의 속내를 끌어내고, 이를 통해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는 뜻에서다.
매년 5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로 집결한다. “운명이다”를 남기고 서거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17주기다. 그의 죽음은 진보진영에 큰 전환점을 만들었고, 지금의 진보우위 정치구도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진보, 또는 민주진영의 정치인들은 ‘노무현 정치’를 말하고, ‘노무현 정신’을 말한다. 진보진영의 최대과제였던 검찰개혁은 그러한 ‘노무현 정신’의 상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정치인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그런 움직임에 “실제로 어떤 법안을 밀어붙이거나 혹은 정치적 의사를 관철시키고자 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끌어온다”고 비판한다. 세계일보는 그래서 그를 찾아가 물었다. 곽상언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이고, 그 정신이 지금 한국 정치에 어떻게 작동되고 있나. 곽 의원은 ‘노무현 정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내 곽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됐으며 질문자의 질문과 곽 의원의 답변은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질문 순서대로 편집했다. 일부 답변은 곽 의원의 서면답변을 참고했다. 다음은 곽 의원과의 질문 내용.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사회 갈등을 정면으로 직시하셨던 분입니다. 살아계셨을 때엔 지역주의가 가장 큰 갈등요소였죠. 만약 그분이 지금 계신다면 뭐가 가장 큰 갈등이라고 말씀하셨을까요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지요. 저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적 발전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갈등의 원인인지 갈등 해소의 작용인지는 지금 매우 의문스럽죠. 아까 유튜브 정치를 말씀하셨죠. 그것도 또다른 갈등요소입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지층 정치나 지역을 기반하지 않고 인터넷, 방송,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지지층 정치는 사실 같습니다. 무대만 달리하고 있지요. 지역 정치라는게 지역적으로 끼리끼리 뭉치는 정치인데 뭉치면 안됩니까? 사실은 문제는 없어요. 문제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 배타적으로, 공격적으로 나와서 분열이 되니까 위험한거죠. 지금 지지층 정치, 유튜브 정치는 사실 같은거에요. 지역주의 대신에 지지층이라고 딱 넣어보면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니까요? 물리적 무대만 지역이 없다는 것일 뿐이지 사실상 동일한 겁니다.”
—정치인 곽상언은 국정원 개혁 같은 걸로도 주목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원님이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계기는 전기요금 관련이었습니다.
“전기요금은 제가 정치를 하려고 그런 건 아니구요. (웃음) 정치활동을 사적 분풀이의 도구로 삼는 것은 국가적 해악이 된다고 생각 합니다. 사적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종국에는 국민과 국가에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는데 사찰 문건을 기준으로 하면 제가 36건으로 가장 많아요. 어떤 분들은 아무런 혐의도 안 당했는데 검찰개혁 하자고 그러죠.”
—법왜곡죄 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하셨습니다.
“그건 진심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봤습니다. 사람 이름에 개, 돼지, 소, 말이 들어가면 그게 사람입니까? 사람이 아닙니까? 법왜곡죄라는 이름은 법왜곡죄에 맞게끔 법률을 수정하면 됩니다. 수사기관이 증거를 위조·변조해 법을 왜곡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의 해석과 적용을 범죄 요건으로 만드는 것은, 사법권을 수사기관의 통제 아래 두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곽상언의 원칙이란 무엇일까요.
“이건 제 성품이기도 합니다. 만나보면 모르는 게 없는 사람. 모르는 게 없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쓸데없는 이야기나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적도 없습니다. 저는 비교적 관찰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비교적 좋은 정치 지도자로 볼 수 있어요. 비교적 넓은 범위에서 비교적 많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여러 국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라고 저는 정의하겠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정치 지도자는 이익보다는 가치를 추구했습니다. 이익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나의 이익과 정당의 이익이 충돌하면 정당의 이익을, 정당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이익을 선택하는 그런 정치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순간에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건 있겠지만 그것이 내가 속해 있던 정당에, 이 국가에 도움이 될 선택인지 그렇게 계속 물어봅니다.”
—노무현의 정신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체감하는게 달라서요. 누구는 자기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직접 정의를 내린다면 어떻게 규정하시겠어요?
“제가 했던 말 중에 굉장히 많을 꺼에요. 정치선택의 기준을 따른다면 나보다는 공동체, 공동체 보다는 더 큰 공동체. 지금 순간의 선택보다는 지속될 수 있는 선택. 상대방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 그런 선택을 하는 정치적 기준을 가진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규정할 수 있죠. 이것이 ‘노무현 정신’이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사람은 제 정신으로 살아야 행복하지, 남의 정신으로 살면 행복하지 않습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정신으로 살지 않으니까 자꾸 남의 정신을 얘기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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